불합리한 시대를 향한 보수주의자 버크의 목소리
기존 제도를 옹호하는 입장, 보수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는 정치적 신분적 제약이 있는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영국 국교회의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인에 대한 일방적인 사회적 차별은 프로테스탄트 아버지와 가톨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크에게도 큰 제약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버크의 부모는 결혼을 함으로써 받을 불이익을 앎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단행했죠.
버크는 탄생의 불리함 속에서 잘 양육되어 개혁적인 커리큘럼으로 유명한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독특하게 대수학, 물리학 등의 최신 학문수업도 있었죠. 학생 버크는 수업을 통해 얻은 지식을 머릿속에만 가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회를 관찰하면서 불합리해 보이는 거대한 제도보다는 더욱 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회영역이 있었습니다. 그거는 바로 개인들의 삶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취미(Taste)”라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학교 친구들과 함께 “개혁자”라는 잡지도 발행하거나 매주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고찰하고 적용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하고 추론하면서 도달한 결론을 한 권의 책("숭고와 미")으로 엮어서 세상에 내어놓았습니다. “미학”에 관한 버크의 유일한 이론서로써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켜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심지어 독일의 철학자 칸트도 그의 미학서에 언급할 정도죠.
버크는 왜 개인의 인식론과 관련된 미학("아름다움 ")에 관심이 있었을까요? 당시 영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취미”와 “인식론”을 연결 지어 생각했었죠. 그러한 지식의 트렌드를 채용함으로써 버크는 자신의 미학이론서의 서문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취미의 대상이 되는 지식을 갈고닦은 사람들은-다른 모든 경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건전할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점차로 획득하게 된다.(숭고와 아름다움…, 에드먼드버크, 김동훈 옮김, 마티, 72페이지)
보수주의의 사회 개혁은 특정 정치제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신중하게 적용하여 사회의 점진적인 변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혁의 대상은 특정 정치인도 집단도 아닌 아주 평범한 개인이었습니다. 버크는 개인이 변화하면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변혁의 바람이 불러올 거라는 신념의 소유자였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보수주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톱 다운 식의 사회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진짜”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개개인에게 실제로 고통은 일상에서의 타인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판단기준(도덕적인 면도 포함)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커다란 제도의 변화만으로 개개인의 안고 있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함께 읽어가는 버크의 저서에는 당시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지식들이 적혔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하기 전 지식인(문인)으로써 활동할 때에 발견한 지식을 어떻게 설명하고 적용하려고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