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불편함
성경은 끊임없이 역설을 선포하고 있는 책입니다. 세상에서 통하는 상식은 성경 앞에서는 경외감을 가진 채 고개를 숙여 중얼거립니다.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그렇게 살면 바보 취급당할 거야.’
그리스도인조차 성경의 역설 앞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성경의 역설은 개인의 마음 한쪽에서 작은 말로 속삭입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마음 전체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소리의 발원을 두꺼운 철상자로 봉인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처럼 느끼죠. 여기 하나의 역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럴 수 없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게 되고 싶은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남의 종이 되어야 한다.”
상식이 말하는 권력의 형태는 위에서부터 밑으로, 최근에는 능력에 따른 역할 분담 등 구성원의 관계 속에서 언제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철저히 “자신”을 버리는 삶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종”이 되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하나의 역설을 살펴보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역설이 세상을 덮으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라는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고 내일의 염려로 오늘을 불안해하지 않으며… 등의 역설들이 상식이 되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여유롭고 살만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짧은 인생을 세상과 맞서 역설을 선택한다면 언젠가는 다음 세대의 상식은 좀 더 역설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