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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사원철학자 Aug 01. 2024

모든 것을 기록하라는 충고

“망각”의 아름다움 재발견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중 하나는 “망각”이라는 생리학적 시스템입니다. 모든 것을 기록하려는 습관이 개인의 생활 깊숙이 침투된 오늘날,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것은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떠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잊어버리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개인의 생활을 더욱 건강하게 만듭니다.


아침 출근하는 길,


“야외 활동을 기록하시겠습니까?”


라는 이어폰 너머 질문이 날아옵니다. 일정 시간 산책을 하면 애플워치는 자동 메시지가 보내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기능이네’라고 생각해서 ‘기록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산책한 시간을 기록하면 나의 건강을 파악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록 개시 버튼을 누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깁니다. 때로는 찍어놓은 사진에서 중요한 정보를 추출할 때도 있죠. 또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기록할 때도 있죠. 이렇게 기록이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유익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잊어버리지 않게’ 힘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모든 것을 ‘기억’ 하기 위한 ‘기록’은 누구를 위한 행위일까요? 정보화 사회에서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그 정보가 개인의 인생을 풍족하게 만들까요? 반대로 우리는 점점 피폐해지고 있죠.


때로는 유입되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때 우리의 인생이 깊어진다는 경험을 합니다. 많은 것을 기록하기보다 하나의 사실에 되새김질하며 생각하는 ‘즐거움’이 인생의 깊이를 깊게 만듭니다.


신이 우리에게 준 “망각”을 두려워 말고 기록도 조금 줄이고 주어진 삶을 온 감각으로 느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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