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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래식 Aug 03. 2023

물안개 같은 허무감의 치료법

서른 중반의 삶에 대한 고찰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서른 중반이 되었다.


서른 중반이 되며 과거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본다고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잘 보이는 것은 물안개 같은 허무감이었다. 어쩌면 서른 중반이 되기 전부터 나와 함께 있었던 감정일진대 이제는 달려가는 속도가 이전보다 낮아지다 보니 더 명료하게 측정되는 듯하다. 이는 나의 주변 관계로는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목적에 대한 상실에서 기인한다.


그 특징으로는, 첫째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자주 궁금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 자주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모든 새로운 피드를 봤을 때 페이스북으로 넘어가서 보고, 나는 솔로 등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계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듣고 싶어 한다. TV에 나오는 누구는 몇 살인데 벌써 어떤 것을 했다더라, 교수가 되었다더라, 성공했다더라 따위의 글에 나의 위치를 파악한다. 어느 날은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아도, 어느 날은 뒤쳐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서른 중반쯤 되어보니 나름대로의 인생에 결과물들이 나올 시기여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려고 하는 심리에 잘 휘둘리는 나이인가 보다.


두 번째로 나는 자기 연민에 빠진다.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아니 다른 사람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못 가진 것에 대한 연민이 생기는 듯하다. 예를 들어 누구는 악기를 하나도 못 다루고, 잘하는 스포츠도 하나 제대로 없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나에게는 약점이 취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타고나기를 운동을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어디에도 흥미가 없어서 발전하지 않았을 경우도 있지만, 지금 이 나이까지 제대로 된 취미가 없다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세 번째로는 점차 굳어가는 나의 포텐셜에 관한 직시에서 온다. 모두가 말하기를 지금이 가장 어린 시기라고 하고, 건강한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체력적으로도 쇠퇴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어느 누구는 서른 중반이 무슨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꿈과 같은 것은 이제 정말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겨두게 되는 시점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기이다. 도전을 하기에는 애매한 나이, 안주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의 그 어딘가에 서른 중반이 있다. 점차 굳어가는 점화스위치를 보면서, 나의 한계를 그리게 되는 시기가 나에게 왔다.


허무감에 관해 생각하던 중에 어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면서, 어느 정도 치료법을 배운 것 같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회복탄력성 테스트에서 나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회복력이 극대화된, 말하자면 탱커이자 힐러이다. 그녀는 인생의 한순간 한순간이 다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별다른 게 아니고 찰나의 분위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겨울날에 불연듯 들린 캐롤, 무더운 여름날엔 분수와 물놀이하는 아이들, 비가 쏟아지던 날에서 차 안에서 나눈 시덥잖은 대화 등, 예측 못하게 찾아오는 순간순간의 행복이 바라오던 목표의 달성 등 "기대행복"이 높은 것 들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말하자면 기대하고 받는 생일선물보다, 예측하지 못한 꽃한송이가 더 반가운 셈이다. 그러니까 순간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면 인생의 허무함은 없앨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솔루션인 셈이다.


그 솔루션에 대해 좀 더 적어보자면, 시선을 더 짧은 곳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항상 나의 전성기를 바라보고 달려왔다. 지금 조금 힘들고 덜 행복하더라도,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빛을 발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상상 아래에서 오늘날의 행복을 평가 절하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주변의 행복들을 놓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잘하지 못해서 피했던 운동과 악기 등,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결과를 예측하며 의기소침했던 나날들이 모여서 지금의 취미가 없는 나를 만들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제야 뒤를 돌아보며 나는 왜 인생을 즐기지 못하며 살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사실은 우리 인생의 목적이라는 게 그 작은 행복들 하나 하나로 채워가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잘 하지 못하더라도, 과정에서 오는 행복만으로도 도전 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인생의 목적이 누구보다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 과정을 즐기며 살아오는 것에, 그 순간순간을 추억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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