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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래식 Dec 14. 2023

블록놀이

블록으로 만든 의자를 보고 상상력을 더해 만든 자전적 소설

있잖아요, 저는 의자가 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의자요.


아니 그것보다는 멋진 사람의 선택을 받는 의자가 되고 싶었어요. 의자는 사람을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만약 멋진 사람이 내 위에 앉는다면 아주 멋있는 인생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어요. 네 개의 다리가 처음으로 생겨났거든요. 물론 다리 아래로 발도 같이 생기긴 했지만, 저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시작이었어요. 네 개의 다리는 각각 다른 색깔이었어요. 오른쪽 앞 발은 노란색이었고, 푸른 왼쪽 앞 발도 있었죠. 두 뒷다리는 빨간색이었어요.


아, 보통의 의자는 앞다리와 뒷다리라고 얘기하진 않지요. 그래요 저는 일반적인 의자와는 다르게 생겼답니다. 발이 있는 의자거든요. 주변의 다른 의자들을 보면 발이 없는 것 처럽 보이긴 해요, 발이 생기다 만 것처럼 혹은 잘라낸 것처럼 발목에 이런저런 튀어나와있는 장식이 있는 의자는 많지만 말이에요. 


학교에서 배웠는데 저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는 제가 의자가 되어 많은 곳에 사용되기를 바랐대요. 그래서 저도 의자가 되고 싶었어요. 저의 의지가 먼저인지 그의 의지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둘의 의지가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디선가 다가온 시련들에 제가 너무 많이 방황했던 탓일까요, 이제는 일반적인 의자가 되기는 싫어졌어요.


첫 번째 시련은 제가 초등학교에 있을 때였어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다가, 문득 의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의자가 된 어른이 못나 보였거든요. 누구나 가는 길, 저기 밖에 돌아다니는, 네모반듯한 그런 의자는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깎여가면서 누구나 앉고 싶어 하는 의자가 되는 것은 비참해 보였어요. 내가 그의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듯이, 내 위에 앉기 위해서 그도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위해 희생을 한 사람에게 내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시련은 대학교에 있을 때 일어났어요. 멋진 의자가 말하길 제 발이 멋있다고 했거든요. 그는 내가 멋있는 의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살을 자르고, 그 멋진 발을 반정도 잘라내고 난 이후에야, 나는 맨질맨질한 상판을 가진 잘 다듬어진 의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안도감이 같이 들었어요. 주변 의자들이랑 그래도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같았거든요. 잘하면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제 시장에 나올 수 있었어요. 저는 더 딱딱해지고, 의자다워 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보고, 두드려보고, 상처도 많이 냈지만, 그런 상처들은 저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른 의자들과는 다르게 저는 아주 작은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크게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도록 했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발을 가렸습니다. 이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다른 의자와의 다른 점이고, 제 자존심의 근간이었습니다. 더 이상 잘려서 작아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탓일까요, 발이 부어 올라 더 이상 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주변의 다른 의자들이 깜짝 놀랐어요. "너 발을 가지고 있었어?"


저는 결국 발을 지키느라, 일반적인 의자가 될 수 없게 되었어요. 누가 처음 저에게 발을 만들어 줬을까요? 그 분은 나에게 어떤 사랑을 준 것일까요. 이제는 발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걷지도 못하는 의자가 발이 있어서 뭐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나는 의자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그 사이에 어떤 무생물이 된 것만 같습니다.


아니, 아직 저는 저 자신을 작은 의자라고 정하겠습니다. 발은 있지만 앉을 수 있는 작은 곳이 있거든요.


앉기에는 불편하지만, 멋진 발을 가진 의자에 앉을 주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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