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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거리 두기 전략 - 거절의 언어 배우기

사소한 부탁과 무리한 요구의 경계

by 노멀휴먼


거절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이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마음은 지치고 관계는 왜곡되곤 했다.


사소한 부탁은 처음에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러나 작은 부탁이 쌓이면 결국 무리한 요구가 되곤 한다.


내가 거절하지 못했던 이유는 미안함 때문이다.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가 실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마음의 무게를 스스로 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부탁은 다 들어줄 필요가 없다.

상대의 부탁이 나의 시간을 침범할 때, 선을 그어야 한다.

거절은 냉정함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시작이다.


나는 과거에 작은 부탁들을 무심코 들어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당연하게 요구하는 태도를 마주했다.

그제야 내가 어디까지 허용했는지를 깨달았다.


거절의 언어는 단순한 ‘싫다’가 아니다.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의와 단호함이 함께할 때, 관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번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습관처럼 반복되었다.

결국 내가 한 약속이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다.


그때 배운 교훈은 명확하다.

거절을 미루면 결국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온다.

작을 때 바로 선을 긋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나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다”라는 말을 해본 것이다.

처음엔 떨렸지만, 상대는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상대가 나를 억누른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허락한 것이었다.

거절의 용기가 없었던 건 결국 내 문제였다.


거절은 상대방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알려주는 것이다.

한계를 알리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소통이다.


물론 모든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부탁을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무리한 요구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사소한 부탁은 관계의 온기를 만든다.

그러나 무리한 요구는 관계의 균형을 깨뜨린다.

이 둘을 구분하는 눈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직장에서 가장 많이 이 고민을 했다.

업무와 관련된 부탁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업무 외적인 사소한 심부름은

명확히 선을 긋기로 했다.


거절의 언어를 배우면서 놀란 점이 있다.

상대는 생각보다 쉽게 이해해 준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나를 더 분명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거절은 곧 자기 존중이다.

나의 시간을 존중하고,

나의 감정을 지켜내는 일이다.

존중 없는 수락은 결국 후회만 남는다.


이제는 부탁을 들을 때 스스로 묻는다.

이 부탁이 나를 지치게 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살릴 것인가.

그 답에 따라 나는 기꺼이 수락하거나 정중히 거절한다.


거절은 불편한 감정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잠시일 뿐이다.

거절하지 못한 후폭풍은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이제 거절을 배워가는 중이다.

예의와 단호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이 작은 변화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거절의 언어는 그 기술의 핵심이다.

사소한 부탁과 무리한 요구의 경계를 지킬 때,

관계는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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