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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거리 두기 전략 - 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예의는 지키되 선은 지키는 법

by 노멀휴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


그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나는 오랜 시간 이 거리를 조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이다.


누군가 다가오면 반가워서

무조건 환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말과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가까워질수록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친절한 웃음 뒤에

숨어 있던 계산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내어준 마음이 당연한 권리로 소비되는 경험도 했다.

그때 나는 선을 지키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를 멀리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적당한 거리야말로 존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외적인 대화에서 선을 넘는 동료가 있었다.

처음엔 맞장구를 쳤지만,

점점 내 사생활이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대답의 길이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정보만 주고, 불필요한 이야기는 웃음으로 넘겼다.

이 작은 변화가 내 마음을 훨씬 편하게 만들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예의와 선의 경계를 지키는 것은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흔히 거절을 어려워한다.

나 역시 ‘싫다’라는 말을 꺼내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거절하지 못한 결과가 더 큰 상처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후 나는 ‘직접적인 거절이 아닌 부드러운 표현’을 연습했다.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한마디가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었다.


관계에서 기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었다.

연습과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배우는 것이었다.

나는 수많은 실패 끝에

비로소 이 기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가까운 친구와의 거리 두기였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경계를 두는 것이 배신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나친 친밀감이

오히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거리를 두면서 알게 된 것은,

내 마음이 더 안정된다는 점이다.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내 마음속 평화였다.


선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그 선을 지킬 때 상대도 나도 안전하다.

선을 넘어선 친밀감은 오히려 불편함을 키운다.


사회생활은 바다와 같아서

파도가 언제 밀려올지 모른다.

파도를 피하는 방법은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다.

모든 파도에 몸을 맡기다 보면

결국 지쳐 쓰러지기 마련이다.


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늦게 배운 교훈이다.

처음에는 그저 솔직하고 따뜻하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거리를 두면 차갑다는 오해를 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관계가 안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도 결국 나처럼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의를 지킨다는 것은 웃으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차갑게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선을 긋는 것이다.

이 작은 균형이 관계를 지탱해 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모든 관계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신 적당한 간격에서 상대를 바라본다.

그 거리가 나를 지켜주고, 상대를 존중해 준다.


거리 두기 전략은 결국 자기 보호의 기술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지혜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기술을 배우며 조금은 성숙해졌다.


이제는 예의와 선 사이의 균형을 배워가고 있다.

예의는 상대를 위한 것이고,

선은 나를 위한 것이다.

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관계는 건강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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