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성장, 그리고 살아있음
나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항상 걱정이 먼저 앞서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거나
또 타인이 의도치 않았는데
혼자서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들 때문에 인간관계는
마치 높은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들게 올라가다 보면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 일쑤였고,
그 과정에서 내가 다치기도 하고,
상대방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럴 때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떠올리며
인생은 원래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럴 거면 아무도 없는 섬에서 그냥 혼자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그런데 막상 무인도에 간다고 생각해 보니 앞이 막막했고,
과일 하나도 못 따고 굶어 죽는 나를 상상하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 혼자 사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겠구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상상으로만 가능했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회생활 속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기대도 커졌지만,
기대가 무너질 때의 상처는 더 깊었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심지어 내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혼자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리하려 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거나 나만의 일에 몰두하며 지내는 것이 더 편했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혼자는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무리 혼자가 편하다고 해도,
결국 마음 한구석에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관계와 상처를 반복하던 어느 날,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건 잦은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는 일이야.
그래서 아프지만, 그 과정 속에서 네 마음의 깊이가 생기고,
네 삶의 온도가 높아지는 거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상처받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그 상처들이 내가 누군가와 진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치는 일이 많았지만,
그 상처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 더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되었고,
조금 더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갔다.
내가 받은 상처를 떠올려 보면,
그것은 결국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마음을 열고 싶었기 때문에 생긴 것들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미처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가 나를 너무 높이 기대했기 때문에,
그 상처가 생긴 것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간다.
상처받을 위험이 있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다.
가까워지면 다시 다치게 될까 봐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 상처들 덕분에 내 삶은 조금 더 깊어지고,
내 마음은 조금 더 따뜻해졌다는 것을.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거울 같은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실수를 하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하며,
조금씩 더 나은 나로 변해간다.
관계란 고통과 성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상처받을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