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건강관리

서울 아산병원 신장내과

by 보니

사람들이 왜 건강이 최고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아프면 산해진미도 돌맛이다. 입에 넣어 씹기가 힘들다.

무언가의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다.

그런데 배는 너무 고프다.

아프면 아무리 좋은 경치나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쉬고 싶을 뿐이다.

어린아이도 가뿐히 뛰어다니는 평지는 아프면 히말라야같이 느껴진다.

통증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 의사라도 원인을 다 알지는 못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몸은 아픈 곳들을 잘도 연결해서 신호를 보낸다.

특히 두통이 방문하면 그 녀석과 씨름하느라 일상을 다 놓치기 십상이다.

근육에 쥐도 찾아온다. 나도 모르게 다리나 허벅지, 옆구리, 심지어 등에도 쥐가 나 온몸을 일시정지시키기도 한다.

아프면 신경도 예민해진다. 이런 걸 성질머리라고 하는데 주변사람, 특히 모든 걸 받아줄 것 같은 존재인 엄마에게 짜증과 신경질과 울분을 모조리 뱉어낸다.

아픈 게 계속되니, 하루라도 멀쩡하게 사는 몸이 어떤 상태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예전 삶이었다.



신장이식 수술하고 9년 2개월이 지났다. 수술 후 3일 정도 되었을 때이다. 몸에 기운이 돌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상태로 사는구나를 드디어 체험했다. 마치 슈퍼맨이 된 것 같았다. 세상을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의욕까지 자동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수술 전에는 깊이 숨 쉴 때 내 몸속의 시궁창 냄새들이 올라왔었다. 콩팥이 기능을 못하니 몸속에 노폐물이 쌓여서 암모니아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이제 더 이상 그 냄새는 나지 않는다. 노심초사 소변을 쳐다보며 실망하던 그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고개를 든다. 가끔씩 섬뜩하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아프면 어떡하지?


신장이식 수술 이후 건강관리는 중요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이는 면역억제제를 많이 먹어야 한다. 기증받은 콩팥의 혈액형이나 면역 단백질이 달라 약을 많이 써야 하는 경우이다. 다행히 나는 기증해 준 언니와 혈액형도 같고 면역단백질 6개가 모두 일치해서 아주 소량의 면역억제제만 먹는다.

이렇게 적은 양의 면역억제제를 먹는데도 ‘약을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긴장이 내 몸에 박혀있다. 특히 여행 가게 되면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 분명 약을 챙겨 왔고, 자기 전에 약을 먹었음에도 취침 한 시간 후쯤이면 갑자기 각성되어 벌떡 일어난다. '앗! 약!' 잠시 뇌가 빠르게 돌아간다. '아-! 약을 가져왔고 잘 챙겨 먹고 있지~.' 그 생각이 찾아오면 곧바로 다시 누워 곯아떨어진다. 나도 내가 신기하다.


건강관리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단연코 정기검진을 추천한다.
나는 일 년에 세 번 신장내과를 방문한다. 정기검사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 서울아산병원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깜짝 놀랐다. 지하 1층은 큰 백화점 같았다. (지금은 9년째 다니니 현대 백화점이 여기 들어와 있는 것이 맞는구나 파악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점은 지금도 변함없다. 중식, 한식, 일식, 푸드코트, 빵집, 카페, 슈퍼, 미용실, 그리고 책방, 옷집, 신발가게 등 많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이라더니 이렇게 쇼핑센터가 지하에 있구나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하면 1층 채혈실로 간다. 채혈실에 가면 아픈 사람들은 아산병원에 다 모인 것 같다. 마치 채혈 공장 같은 느낌이다. 번호가 빠르게 넘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채혈한다. 나에게도 채혈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전날 저녁부터 12시간 금식하고 채혈한다. 검사결과까지 약 2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 병원은 세계 어디보다도 좋다. 검사당일 그것도 2시간 만에 여러 검사결과가 나오다니! 아산병원에는 자체 개발한 앱이 있어서 검사결과도 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6개월 검사 기록까지 다 나온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검사결과를 볼 때마다 두근두근했다. 내 모든 미래가 이 결과에 달려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 정도의 긴장감은 없다. 수치가 너무 높으면 빨간색으로 표기되고, 너무 낮으면 파란색으로 표기되어 나타난다. 모든 검사결과가 검은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무 일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암에 걸린 경우를 종종 보았다. 반면, 너무 겁이 나서 검사를 하지 못하고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검사결과가 빨리빨리 나오는 나라에서 검사를 미루는 일은 너무 안타깝다.


운동해야 건강하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지 말아야 건강하다. 다 맞는 말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달력을 사용한다. 요즘은 스케쥴러가 핸드폰 어플로 많이 나온다. 약속한 시간을 기록하고 그날에 검진을 하러 가면 된다. 나는 치과, 신장내과, 건강검진 등 꼭 가야 할 날짜는 달력에 꼭 기록해 놓는다. 다른 스케줄이 겹치지 않게 그날을 소중히 빼놓는다. 병원에 가야 할 날이 1년에 몇 번 없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비록 매일 면역억제제를 먹고 4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지만 나에게는 이것 자체가 기적이다.

약 없이 살다가 약을 먹게 되면, 이 약 먹기 싫다, 언제까지 약 먹어야 하냐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약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최근 영국으로 가야 할 일이 있었다. 가기 전에 감기에 걸려 나의 병력을 이야기하니 동네 이비인후과에서는 위험하다고 약처방을 해 주지 않았다. 비상약이라도 챙겨가려고 공항 약국을 들렀지만, 거기서도 약을 처방해 주지 않았다. 약을 먹는 것이 콩팥에 더 위험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나는 대학병원에서 처방해 주지 않으면 몸이 아파도 버텨내야 한다.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건강검진이다. 그렇다고 너무 잦은 검사가 건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제때에 하는 검진이 건강관리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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