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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심의 최후

by 보니

미용실에서 파마했다.

강한 곱슬에 굵고 숱 많은 내 머리를 오랫동안 만져온 원장이 말했다.

‘에어랩 아세요? 이거 완전 최고예요. 광고 아니고 진짜 추천!’

자기도 악성 곱슬이란다. 미용사들은 남의 머린 잘해도 자기 머리는 잘 못한단다.

‘나중에 머리 다 하고 에어랩 한번 사용해 볼게요.’

머리숱이 많아 층을 내고 약간 웨이브를 줬다.

원장은 다이슨 에어랩을 들고 와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보여주며, 나보고 해보란다.

똥손인 나는 잘 안된다. 약간만 연습하면 된다며 멋지게 드라이해 줬다.

내가 그 미용실 손님 중 머리숱이 넘버투라고 했다.

안타깝게 1등을 놓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머리숱 많은 넘버원 언니도 악성 곱슬이라 긴 머리인데 에어랩 엄청 잘 사용한다고 정보를 준다.

에어랩을 사야 하는 운명 같은 걸 느꼈다.

2주가 지났다. 아름다운 웨이브는 머리 감을 때뿐이고 나는 또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닌다.


볼일 본 후 집에 가려니 차가 막혀 시간 때울 겸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코너를 틀자 바로 다이슨 매장이 있었다. 이거슨 운명인가! 끌리듯 들어갔다.

이것저것 만져보았다. 내가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연습이라도 해보고 싶다.

안 보이던 직원이 나타났다. 수십만 원의 고가 헤어드라이기와 고데기가 반짝반짝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직원은 여유 있는 미소와 함께 충분히 둘러보란다.

사용해 봐도 되냐는 나의 질문에 앉아서 거울 보고 사용해 보란다.


거기 앉아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설명해 준다며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시연했다.

내 머리가 마법처럼 아름다운 웨이브로 바뀐다.

내 눈동자는 경이감에 사로잡혀 반짝거렸다. 내 입에서는 주책맞게 ‘우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매장직원은 내 머리의 장점을 칭찬하며 이 기계를 잘 사용할 것이라 예언했다.

믿음이 확 갔다. 아멘, 믿쉽니다. 내 눈동자가 기계와 직원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아마도 입은 반쯤 벌려져 있었을 것이다.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역시 똥손이라 어색하기 그지없다.

‘처음이라 그래요. 금방 익숙해져요.’

그럴 것 같았다. 이 물건만 있으면 미용실에는 평생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내 표정과 눈빛을 본 매장직원은 고급스킬을 사용했다.

‘제가 싸게 잘해 드릴게요. 원래는 기존 제품 있는 분만 해 드리는데 5% 할인해 드릴게요’

딱히 미동하지 않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마치 선심 쓰듯 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10% 해드릴게요. 그러면 가격은 791,000원이에요.

‘잠시만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검색해 보고요.’

이 말에 그녀는 여행용 파우치까지 끼워준단다. 할부로 사라고 부추긴다. 이렇게 싸게는 어디서도 못한다고.

무이자 오 개월 할부하면 한 달 금액이…. 약 17만 원.

기겁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쪽 구석에는 너무 사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다음에 올게요.’ 약간의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

‘무슨 요일 근무하세요? 그럼 OOO님 찾아오면 그 가격에 주시는 거죠?‘(직원의 이름표를 보며 호명해 보았다)

지하 1층 식품코너를 빙빙 돌면서 ‘다시 올라가서 질러? 내 통장에 잔고가 얼마 있지?’ 하며 현실과 이상을 맴돌았다.


그날 나는 백화점에서 홈플러스보다 싼 9천 원짜리 올리브오일 한 병만 사서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잘했어, 잘했어. 지금 그걸 사는 건 아니야. 돈을 모아서 사야 해.

내가 쓰는 냉장고보다 비싼 헤어기기를 할부로 살 뻔한 나는 그날 이후 거의 한 달간 당근을 쳐다봤다.

아이패드를 사고 싶어 유튜브를 수십 번 쳐다보던 몇 년 전이 생각났다. 결국 샀지만, 당장 샀던 것은 아니었다. 돈을 모아 샀다.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하면, 괜한 비교에 빠진다. 저 부자들은 이런 고민 없이 금방금방 사겠지? 내 형편은 왜 이런 거야?

어차피 사도 얼마 안 가서 머리 묶고 다닐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과 저 물건을 사면 정말 머리손질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저울질했다.

백화점에서 실물을 본 후 기도하면서 3일간 참기로 했다. 3일 후에도 사고 싶다면, 돈을 모아 사겠다고 다짐했다.

정신을 차려야지. 그걸 사면 내가 가진 애플기기만큼 비싼 물건이니 매일 써야 하는 물건이다. 알겠지?! 하고 살짝 협박도 했다.

기도 하면서 내 형편 아시는 하나님께 선물로 달라고도 해 봤다.


어린아이 같이 때 썼던 나는 치열하게 나의 탐심과 싸웠다.

탐심은 우상숭배라는 말이 성경에 나온다. (골 3:5)

나에게는 탐심이 없다고 착각했다. 탐심이 들어오니 만족이 없어진다. 물건만 눈에 보인다.

매일 그 물건의 사진을 쳐다보고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며 갖지 못한 탐심을 대신 달래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온 물건을 사지 못하니, 생각이 부정적으로 사정없이 뻗어갔다.

나의 미래는 불안하다. 결국에는 거지꼴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까지 확장되었다.

이런 마음을 숨김없이 하나님 앞에 들고나가 기도했다.

기도하면 신기하게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너를 버리지도 떠나지도 않겠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맞아, 주님이 책임지신다고 하셨지. 다이슨이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

나의 이성은 너무 정상적인 생각이지만, 자꾸 마음속에서 탐심이 고개를 들었다.

세상의 것을 탐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도회에서 하나님의 참된 영광을 경험하면 세상 영광은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고개를 드는 탐심을 내 힘으로 없앨 수 없다고 인정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달라고 울부짖었다. 하늘의 예배를 경험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나는 이런 인간이라고 그러니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기도 후에 당근어플의 알림도 삭제했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묵상하는 것이 자꾸 떠오르니, 의지적으로 탐심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싶었다.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까지 생각했다.


삼일이 지났다. 아침 묵상에 아간의 범죄가 나왔다.(여리고성 전투에서 하나님은 그 성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멸하라고 하셨다. 사람, 소나 양과 같은 짐승, 재물 모두 다 불태워 버리라고 명하셨다. 아간은 그중에서 시날의 겉옷이 좋아 보여 숨기고, 은도 숨겼다. 아이성에서 대참패를 당하고 여호수아는 기도했다. 하나님은 너희 중에 범죄 한 자가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주님은 누구인지 직접 알려주시지 않았다. 여호수아는 범죄 한 자를 찾기 위해 제비를 뽑았다. 아간의 문중이 뽑히고, 결국 아간이 뽑혔다. 그제야 아간은 범죄 한 사실을 자백했다. 아간의 모든 집안은 이 일로 다 죽임을 당했다. 온전히 바치라고 한 명령을 어겨서 그와 그의 집안이 온전히 바쳐지게 되었다.)

죄고백, 즉 회개도 시기가 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을 때, 제비 뽑혀 수사망이 점점 줄어들고 있을 때 아간의 마음을 어땠을까?

왜 끝까지 숨겼을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을 때 스스로 자백하고 회개했다면 어땠을까?

은혜의 때가 지나고 나면 심판의 때가 온다. 심판의 때에는 은혜의 시기가 끝난 다음이다. 누구도 예외 없다.

탐심이라는 것이 심판을 받게 되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말씀을 보며, 탐심에 대해 회개했다. 그러자,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검색해서 성경을 찾아보니, 하나님께서 버리지도 떠나지도 않겠다는 말씀과 같은 구절이었다!!!!


[히 13:5] 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탐심에 빠져 있을 때는 말씀을 하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나오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버리지 아니하시고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말씀만 좋으니 앞부분은 버리고 뒷부분만 취했던 것이다.

이 구절이 기나긴 탐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말씀을 순종할 때 주시는 보상은 하나님께서 나를 결코 버리지도 아니하고 떠나지도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내가 필요한 것을 모르시겠는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사람은 무엇을 믿든, 믿는 대로 행동하고 믿는 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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