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밖에서,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내가 만든 감옥의 이름은 ‘옳음’

by 강정환

언제부터였을까?
정말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서 살아간 날이.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적 어렴풋한 장면들이 떠오르긴 한다.

햇살이 바닥에 조용히 번지던 오후, 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아무 이유 없이 공책에 낙서를 하던 시간들 , 아무 생각없이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던 날들이.


그때의 나는 이유 없이 기뻤고,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나 자신'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말투, 걸음걸이, 표정 하나하나에 ‘올바름’이라는 틀을 들이밀며, 나는 나 자신을 조심스럽게 규정해왔다.


누군가의 시선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내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했다.

착하고, 올바른 사람. 그런 말은 따뜻해 보이지만,
그 안에 스스로를 감추는 습관이 숨어 있었다.


어떤 말은 삼켰고, 어떤 감정은 눌렀고, 어떤 욕망은 스스로 벌처럼 여겼다.


쉴 때조차 마음은 쉬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도, 소파에 앉아도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느낌은 조용히, 천천히 나를 갉아먹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왜?”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살아왔을까.


왜 나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기대하는 나’로 살고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그 물음표들이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거울이 되어 돌아왔다. 그동안의 많은 행동들이
무의식 속에 깊이 새겨진 '옳음'이라는 이름의 기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남의 실망을 피하려는 마음이
내 선택의 방향이 되어왔다는 것을.


그 ‘옳음’은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나를 천천히 덮어버렸다.


숨 쉴 공간도 없이, 내 안의 진짜 ‘나’를 가두어버린 것이다.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갔다. 그리고 오늘, 문득 그 사실을 조금은 또렷하게 깨달았다.


놀랍게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벗어나도 괜찮다는 것을,


조금 흐트러져도 괜찮다는 것을,


내가 나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느꼈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늘 순간순간의 수많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궤적이다. 그 궤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내 안의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산다.


하지만 그 두 시간은 어쩌면
모두 착각일지 모른다.


진짜 삶은 늘 지금 여기에 있는데,


그 순간들을
나는 타인의 시선에 빼앗겨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서 했고,
내가 궁금해서 시작했고,
그게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 시절이야말로
자유가 손끝에 닿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갈수록
세상은 정해진 삶의 모양을 들이민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야 하고,

눈에 띄지 않게, 틀리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스무 살 중반쯤, “나답게 살자”는 다짐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조금씩 흐려졌고,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냥 사회의 작은 톱니바퀴일 뿐이야.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야.”


그 생각은 너무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안의 숨구멍을 막기 시작했다.


지독한 밧줄처럼
내 목을 조였고,
나는 어느새
내 삶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밧줄을 조금 느슨히 풀어보려 한다.

조금은 엉망이어도 괜찮다고,

틀려도 괜찮다고,

내가 나로 살아도 된다고

조용히, 천천히 말해보려 한다.


먼저 나 자신에게.

그리고 언젠가는

세상에도.


작가의 이전글도망치듯 퇴근하던 나, 오늘은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