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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94. 시인들이 굶어죽어요

by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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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물가를 생각하면 요즘도 지갑을 열기가 겁이 난다.

처음 먹었던 짜장면은 200원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싸도 5000원을 넘는다.

처음 먹었던 떡볶이는 10원이었다. 지금은 4000원을 훌쩍 넘긴다.

처음 먹었던 핫도그는 50원. 손가락 마디보다 훨씬 작은 분홍소시지에 주먹만한 튀김옷을 덧씌운 거 말이다.

지금은 그만한 거 먹으려면 5000원은 줘야 한다.

대학 식당에서 한끼 해결을 하던 라면 한그릇은 500원이었고, 지금은 5000원을 줘야 한다.

즐겨 먹던 순대국도 3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1000원이다.

한 병에 200원 하던 소주는 지금은 5000원으로 올랐고, 맥주 값과 똑같더라.

지금도 민속주점 같은 곳에 가면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일텐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회비'가 축 날 것이다.


무려 3~40년 전 일이다. 8~90년대와 현재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詩人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아니 요즘 시인들은 굶어죽기 딱 좋은 시절을 맞이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옛날에는 '멋진 시 한 편'을 쓰면 그 시 덕분에 빈곤하나마 '인세'를 챙길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멋진 시'를 써도 시집이 팔리질 않는단다.

SNS가 너무 발달해서 '고작 그 시 한 편'으로 먹고 사는 시인들의 유일한 밥줄을

유명 블로거들이 홀랑 베껴서 올려놓으니 굳이 '시집'을 살 필요가 없게 된 셈입니다.

물론 그런 파워블로거들 덕분에 '시인의 시'는 더욱더 유명해지곤 하지만,

정작 시인의 수입은 현저히 줄어들고 만답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까요? 싫다고 해야 할까요?


가수 김현정을 '무명 락커'에서 '유명 가수'로 만들어준 것은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복사테잎 장수들' 덕분이었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음반'을 냈을 때에 TV방송에서는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더랍니다.

그런데 '길거리보드'로 불렸던 장수들이 길거리에서 '김현정의 신곡'을 신나게 틀어놓으니

젊은이들이 먼저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었고,

뒤늦게 방송계에서도 신인가수 김현정을 섭외하는 이른바 '역주행'이 되어 버린 셈이랍니다.

그렇게 [가요톱10]에서 1위를 한 가수 김현정은 눈물을 흘리며 길거리 '불법복사테잎' 장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답니다. 덕분에 '유명 가수'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시인'들은 왜 역주행을 하지 못하는 걸까?

출판시장 구조의 문제일까? 애초에 독자들이 '시집'을 읽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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