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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87. 부끄러워하는 것은 사람이 되는 첫걸음

by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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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끔찍한 전쟁터에서 용맹함을 보여주는 강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영웅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런 영웅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전쟁터다.

그런데 그런 전쟁통에도 살아남는 자들이 있었으니,

우리는 그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결코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강자'의 경우엔 다른 모양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자'도 때론 허무하게 죽어나가곤 한다.

그래서 살아남은 이들은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약골'인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이런 '약골들'이 오래 살아남고, 자손을 남기고, 번창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약골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를 길이길이 남기곤 한다.


그렇다고해서 역사에 '약골인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남기지는 못한다.

원체 내세울 것이 없는 이들이 파렴치하게 그런 짓까지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속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영웅들의 모습'을 남겼다.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정신적으로 출중한 영웅들로 역사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그런 역사를 통해서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배우며 자긍심을 높이고

때로는 자신도 '그런 영웅'을 본받아 뛰어난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이런 '살아남은 자들'이 배알이 꼴리는 모양이다.

살아남은 것도 파렴치한 일인데, 살아남았으니 자신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먼 옛날에는 감히 그럴 깜도 못되는 약골들이

오늘날에는 자신들이 쌓은 부와 사회적 지위, 그리고 '합법적'으로 거머쥔 권력을 앞세워

뻔뻔스럽게도 '살아남은 자의 영광'까지 제대로 누리려 한다.


그래 좋다. 그런 영광을 받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야 반대할 까닭도 없다.

자, 어떻게 해서 '살아남게' 되었는지 속시원히 말해보던가?

남을 밟고 올라섰고,

다른 이의 기회를 빼앗아 '공정한 경쟁'조차 치르지 않았으며

온갖 기득권을 이용해서 '저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정해서 게임을 진행했고,

그런 유치하고 부끄러운 게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니

정말 대단들 하시겠다.

그리고도 저들만을 위한, 저들만에 의한, 저들만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구나.

참 영웅 나셨다. 정말~


그에 비하면,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가 된 것에 무한한 부끄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살아남은 것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리라.

'살아남은 자'가 되어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죄스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정말이지 '참 인간'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진정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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