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소풍

by 사랑의 빛




아버지 소풍

세게 잡으면 부러질까
붙잡지 않으면 잃어버릴까
슬며시 내밀어주시던 두 번째 손가락

이제는 거뜬히 잡아드릴 수 있는데
식을 줄 모르던 두 번째 손가락 잡아드릴
아버지가 곁에 없습니다

누가 먼저 사갈까
비싼 값에 얼른 팔릴까
하늘집 이사가 뭐 그리 급하셨을까

아버지 소풍길에
아직도 덩그러니 혼자 서성이는 나는
봄볕 사이사이 피어난 웃음꽃 틈새로
잡히지 않는 두 번째 손가락을 찾아 헤맵니다

날마다 설레었을까
매 순간 웃음꽃 피었을까
찾아가는 고단함이 행복을 빼앗을 수 있었을까

두근거린 소풍길
설렘의 도시락 넉넉히 챙겨 왔지만
행복의 보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오래전 끝난 아버지 소풍
인생 소풍에서 찾은 가장 큰 보물은
아마도
못 챙겨간 마누라, 금쪽같은 새끼 둘이겠지요

그 보물들
다녀가신 소풍길 제자리에 아주 잘 있습니다

똑똑
먼저 가신 하늘집 노크하고
소풍길에 남겨주신 두 번째 손가락 살포시 부여잡고

참 즐거우셨지요
참 행복하셨지요
아버지 소풍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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