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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빛
Sep 25. 2023
축제
2. 탕자의 축제
흑암 속 잠긴 마을 한구석
화려하게 피어오른 불꽃이 아늑하게 보인다
늙은 아비 거칠게 쉰 목소리
"아들아, 내 아들아"
기다림의 깊은 밤공기를 뚫고 달려 나온 아버지
옷자락 눈물 젖은 그 품이 따듯하다
"아버지, 아버지"
쥐엄 열매도 얻지 못했던
수치의 기억에 눈이 감기고
서늘한 밤 짚 풀 베개 삼던
설움의 눈물에 목이 멘다
호기롭던 젊은 날들 허비하고
받은 모든 것을 탕진한 채
누일 곳 없는 큰 흉년이 들고 나서야
비로소 궁핍한 인생을 보고
이제야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다
주워 먹을 열매조차 찾을 수 없는 배고픔보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갈 곳 잃은 허무함에 더 굶주렸고
어두운 밤에도 쉴 곳 없는 외로움보다
가진 것 없으니 쓸모없다 버려진 공허함에 더 쓰라렸다
변함없이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눈을 마주치니
이제야
분깃을 요구하여 떠난 죄인임이 깨달아지고
내 아들아,
변함없는 아버지 목소리 들으니
여전한 사랑을 느끼며
눈물 땀 밴 아버지 품에 안기니
세상에서 얻지 못한 최고의 기쁨을 누린다
채색 옷을 입고
가락지를 끼고
딱 맞는 신발을 신으며
쓸모를 염려하지 않아도 쓸 것을 아시고
필요를 요구하지 않아도 딱 맞게 채워주시는
다함없는 아버지의 은혜를 누리고
아들아, 밥 먹자
묵직한 한 마디에
세상에서 알 수 없는 평안을 누린다
탕자의 축제
현수막이 걸렸다
끝없는 긍휼
끝없는 사랑
여전한 헤아림
여전한 살피심
아버지 집을 떠난
모든 탕자가
돌아오는 그날을 위해
탕자의 축제는
아직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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