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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Jun 20. 2024

나는 F 아들 엄마다

 
엄마 우울해서...
빵 샀어

작년,

'나 우울해서 빵 샀어'의

T와 F의 피드백 반응이 한동안 뜨거웠었다.


일기 모임 엄마들과 단톡방에서

남편들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보내고

돌아온 답변에 박장대소하며

신나게 수다놀이를 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우리 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학원 마치고 돌아온 아들의 저녁 식사를 차려주며

"엄마가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말했다.


0.1 초의 망설임도 없는

F 아들의 반응


"엄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엄마 마음이 왜 우울해요?"


그랬다.

우리 아들은 언제나

분명한 사실보다

때론 모호하고

때로는 애매한(?) 자신의 감정이 앞서고

사실 때문에 불편해진 마음이 먼저 보이는 아이다.



애착형성으로 가장 중요한 성장시기였던

생후 36개월까지.


태중에서부터

낯선 환경과 날 선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는 전쟁 중인

엄마의 외로움과 불안. 극도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느꼈을 아들.


이사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

일한다고 바빴던 부재중 엄마아빠의 불안정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고 싶었던 나의 욕심에

나도 아들도

일상의 긴장과 불안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였을까...

그때부터였을까...


아들은

나와의 모든 일상에

엄마 눈치를 보며

엄마의 감정 허그를 반드시 받아내려고 애를 태웠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예상 못한 타이밍에 눈물이 터진다.


어디 한 곳 급할 때 아이 맡길 데도 없이

오롯이 독박 육아에 갇혀

일도 안되고 육아도 안되고

결국

심한 공황장애로 평생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도

"잘못은 했지만

엄마가 무섭게 화내니까

너무 속상해요"

하며 대성통곡한다.


어느 날 저녁이다.

내가 식사 준비하다 칼에 베어 놀라서

'앗!!'하고 소리를 질렀다.


신랑보다

아들이 먼저 묻는다


"엄마! 괜찮아요??"

그리고는

신랑보다 먼저 달려와서

내 상처가 괜찮은지 살핀다.



2년 전,

일곱 살 터울 동생이 생겼다.


나이차이 많이 나서 괜찮지 않냐 하지만

모든 첫째의 공통적 애환(?)은

우리 첫째에게도 찾아왔다.


내심 걱정되던 일들이

하루 멀다 하고 일상에서 감정 화산이 폭발하던 어느 날


"동생 생겨서 힘든 건 없어?"

물었다.


"힘들지 당연히.."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서 좋아...."


8년 사랑 독차지하다 형님 노릇하느라

말은 못 하지만

온몸으로 '힘들다'를 외치며

사랑에 목말랐던 아들.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는 대답에

뒤돌아 설거지 하며 달아오른 눈물을 닦아내기 바빴다.


감정의 불화산이 매일 터져나오기를 반복했던

지난해 3개월의 봄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옥을 오갔다.


상담 소장님과 전화 상담으로 코칭을 받고

학교 상담실 선생님께 요청 드려

구체적인 이슈를 말씀 드리고

부지런히 피드백을 받아 적용했다.


이제는 좀 나아지지 않았나~ 싶은데

오늘도 어김 없이

F 아들의 감정 급발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숨을 고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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