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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ug 13. 2023

Pikes Peak (파이크스 픽)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음날, 만둣국으로 느지막한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났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대표 관광지인 가든 오브 가드(Garden of the God)는 차에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대신했다. 적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붉은색 돌들의 정원. 신들이 내려와 노닐다 갔을 법한 신비한 풍광을 즐기며 서행하는 차들이 너무 많았고 공용 주차장은 이미 만원사례였다. 주차를 하고 짧은 트레킹과 인증숏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이미 예약해 놓은 파이크스 픽으로 오르는 기차 시간 때문이었다.


Pikes Peak은 로키 산맥의 프론트 레인지 남부의 가장 높은 정상이다. 정상은 고도 14115 피트(4302.31미터/ 참고로 한라산은 1950미터)로 청명한 날씨엔 멀리 켄사스 까지 보인다고 한다. 하루가 꼬박 걸리는 트레킹을 해서 올라가는 방법, 운전을 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들은 나이를 고려해 카고 레일(Cog Rail)을 타기로 했다. 카고 레일은 상행선에 한 시간 이상, 정상에서 인증샷 찍고, 도넛과 커피 한잔 마시기도 빠듯한 40 여분의 자유시간, 하행선에 한 시간 정도 소요 되어 총 3시간 40여분의 일정이다.


톱니바퀴를 이용해 천천히 올라가는 Pikes peak Cog rail 은 올라가면서 만나는 자연이 그야말로 압권이다.기차가 출발하면 맨니투 스프링스의 작은 도시 모습이 보이다가 이어서 자작나무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지며 진초록의 함성을 지른다. 그 푸름 속에서 기차는 서서히  오른다. 오르면서 만나는 길목에서는 이름도 다양한 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이아몬드석이다.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 역무원의 포인트가 아니었으면 전혀 알지 못했을 돌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우리들의 시선을 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구비를 넘는데 그곳에서는 작은 물이 흐른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것이어서 카메라에 담지도 못했다. 그런 폭포가 나이아가라보다 높은데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는다. 위트를 겸한 설명은 귀에 쏙 쏙 들어왔다. 호수들도 보이고 구릉 같은 산맥 속의 분지들과 멀리 콜로라도 스프링스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미 서너 번 기차를 타 보았지만 이번이 더 특별했던 것은, 친구의 마음이 함께 해서였을까. 친구의 지난번 방문에는 이곳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엔 이 특별한 곳을 꼭 보여주어야겠다 싶었다.  파이크스 픽 기차는 1891년 처음 개통되었다. 북반구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톱니바퀴 기차라고 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선로를 폐쇄하고 선로보수와 환경 정비. 기차 내부를 새로 정비한 것은 물론 새로운 기차도 구입한 후 재 개장 하였다. 나도 재 개장 이후 처음 타는 것이었기에 조금 달떴다. 기차는 파이크스 픽의 정상까지 약 8.9마일(14.3킬로미터) 올라간다. 기울기의 평균은 12도이지만 최고점인 25도를 오르는 구간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새로 지어진 방문객 센터는 친환경 모델로 그 규모와 크기를 많이 늘렸다. 그곳에서 먹는 도넛 한 개와 커피 한 잔은 모든 방문객이 꼭 먹어 봐야 할 것이 되었다. 신기한 것은 그곳에서 도넛을 사가지고 아래로 내려오면 그 겉껍질의 바싹함이 다 사라지고 질겨지며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물론 기압의 영향이겠지만, 정말일까 싶기도 하다. 우리도 긴 줄을 서서 도넛을 사고 창을 통해 멀리 켄사스를 바라보며 그 단맛을 음미했다. 그러나 쉬는 시간도 잠시, ‘이제 인증샷 찍어야겠네, 다시 탑승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하는 남편의 말에 모두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왔다.

Kathryn Lee Bates의 ‘America the beautiful’ 노래에 에 영감을 준 전망대.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나니 옆에 있던 지인이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산소부족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다. 물을 마시게 하고 심호흡을 하고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밖의 풍광을 몇 컷 더 찍고 나자, 기차는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다시 하행을 한다.


기차를 탄 방문객 대부분이 졸고 있다. 산소결핍으로  급 피곤해진 모습들이다. 역무원은 설명을 멈추고 우리들의 달콤한 오수를 허락했다. 정상부터 300 피트 아래 정도까지는 말 그대로 롹(Rock)들의 산을 이룬다. 10억 년 전쯤에 형성된 것이라고 알려진 곳. 평생 볼 돌은 이곳에서 다 보았다는 친구의 말에 웃으며 아래로 또 아래로 향한다.

만약 기차가 제어력을 잃어 아래로 미끄러진다면, 별일은 없을 거라는 설명이 기억났다. 이유는 기차 아래로는 맨니투 스프링스(Manitou Springs)와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가 있어 두 개의 스프링이 잘 받쳐 주기 때문이란다. 역무원의 위트에 기분도 스프링처럼 통통 튄다.  어느새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종점이다.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콜로라도 스프링스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소. Air Force Academy(공군 사관학교)이다. 이미 5시를 지나고 있어 방문자 센터는 출입이 안 되었다.  공사가 자랑하는 채플, 아직도 거대한 흰 천막 안에서 보수 공사 중이다. 벌써 2-3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은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생도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내려다보고 몇 종류의 비행기 모형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공사. 하나의 도시만큼 넓은 곳에서 세계의 파일럿들과 비행기술을 연구하고 그 인재들을 길러 내는 곳. 이곳을 이웃에 두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친구에게 자랑질을 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채플의 보수가 끝나는 시간쯤, 그 달라진 모습을 보기 위해 친구 부부는 또 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우리는 함께 공사의 뒷 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본다. 산등성이에 걸린 해가 만들어 내는 따뜻함 속에서 친구부부와 좋은 분들과 함께 한 또 하루가 간다. 와인 한잔이 아니어도 숙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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