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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ug 15. 2023

Estes Park에서

로키산맥의 동쪽 입구


오늘은 조금 이른 출발이다. 가야 할 길도 멀고,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도 많아서. 호텔에서 두 부부를 픽업해, 오늘의 일정 브리핑. 모두들 여행 가이드 하라며 웃는다. 운전을 하는 남편은 갈 길이 멀다며 서둘러 길을 떠났다.  도착한 곳은 덴버에 맛집으로 자리 잡아가는 <무봉리 순댓국>.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다. 취향에 따라 순댓국부터 선지 해장국까지 시켜, 얼큰 시원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우리 한국 사람들은 늘 시원하다고 한다. 뜨거운 것이 내려가며 느끼는 느낌 때문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이 생각나 별 다방에 들러 진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차에 올랐다. 로키 산맥으로 향하는 길. 길은 꼬불 거렸지만 산세는 빼어났다. 어떻게 저렇게 큰 바위 산들 속에서 푸른 소나무들이 자라났을까 싶다. 산 아래 계곡에는 물이 많다. 창을 내리며 신선한 공기를 맞는다. 계곡 물소리에 그 청량감이 너무 좋았다.

로키산맥은 북 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산맥으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미국의 뉴멕시코 까지 남북으로 4500km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그중 오늘 갈 곳은 동쪽 입구인 에스테스 팍(Estes Park). 손님들에게 로키 산맥의 끝자락 풍경을 보여 주기 위해 씨닉 드라이브를 택했다. 메인 하이웨이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CO-119, CO-72, CO-7W로 이어지는 길들이 구비 구비 색다른 풍광을 만들며 우리들을 반겼다. 거대한 암벽이 나타나는가 하면 깎아지른듯한 경사면에 푸른 이끼가 가득한 곳도 있다.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계곡이 보이고 옆으로 이어지는 구릉. 이른 봄에 오면 야생화들의 정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색감은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던 화가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자연이 주는 한 폭의 화면을 보기 위해 내년 봄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길게 줄을 늘어선 차량들.

작년부터인가 공원에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지난번엔 모르고 왔다가 헛걸음을 치기도 했었다. 예약을 하는 시간은 전날,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간격으로 나누어져 있고 일정한 숫자의 차량만 들어가게 제한을 두었다. 공원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길 위의 낙석들로 수선을 해야 할 곳이 많고, 제한된 주차장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일설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 동안 가장 방문객이 많았던 공원이기도 해서 그 후유증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단다.

지정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지만 공원 안으로 입장은 가능했다. 그러나 베어 레익(Bear Lake) 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베어 레익은 에스테스 팍이 자랑하는 물이 가장 맑고 유리 같은 수면을 자랑하는 호수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도 있고, 주위에 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스티커 한 장을 창에 붙이라면서 지정된 시간에 다시 오란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반대쪽으로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레인보우 커브(Rainbow curve).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작은 호수와 툰드라 지역은 숨을 멎게 할 만큼의 평온하고 고요한 풍경이다. 눈을 돌려 산을 올려다보면 만년설을 이고 서 있는 석암이 보인다. 공원 입구와 온도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인증샷 몇 개를 찍고 돌아 나왔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베어 레익을 가기는 힘들 것 같았고 네비를 찍고 두 부부가 머물 덴버의 다운 타운으로 향했다. 에스테스 팍에서 덴버까지 운전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나도 처음 가보는 길로 네비는 안내를 했다.


한국 사람들 특유의 헤어짐의 긴 인사, “봄도 야생화들로 아름답지만, 여긴 가을이 참 좋아요. 꼭 다시 오세요. 황금색 아스펜 추리가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마음을 흔드는 곳이 바로 여기예요. 9월 말에서 10월 초 까지가 픽크지요. 산 전체가 황금빛으로 흔들려요. 다음에 올 땐 공원 안에서 지냅시다. 그래야 좀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일치기를 하긴엔 공원이 너무 넓죠?” 라며.

돌아오는 길. 커다란 차에는 둘만 남았다. 종일 운전을 했던 남편이 졸릴까 봐 옆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주절 거린다. 물병을 건네기도 하고, 먹다 남은 스낵을 건네주기도 한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피곤이 밀려왔다. 고양이 세수에 양치를 하고는 그냥 뻣었다.  아침엔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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