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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Nov 15. 2023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땀을 흘리며


나목들이 앙상한 가지로 바람에 흔들리는 계절. 추위가 깊어 갈수록 몸을 움츠리고 바람은 문득문득 가슴 사이로 불어 드는 듯하다. 예전에 다니던 짐에 다시 등록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줄 알았던 마음도 이젠 많이 편해졌고, 마스크를 벗자, 다시 가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찬바람을 뚫고 타는 자전거도 점점 힘들어졌다.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리고 눈물에 콧물까지, 봄이 되어야 다시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네를 걷다가, 텅 빈 거리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누군가 옆에서 땀 흘리고 있으면 그 걸 보며 같이 땀 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메디케어 어드벤스(Medicare Advance) 카드가 있어서 짐에 무료로 등록.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구나. 평생 세금을 냈더니 65세가 넘자 이런 혜택도 받는구나 싶었다. 이런 프로그램도 무료라니 기분 좋게 등록을 했다. 등록 후 거의 매일 오전 요가 시간에 참석한다. 42명이 정원이라고 하지만 20여 명 남짓 요가클래스에 들어온다. 젊은이들, 청년들, 나 같은 초보자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선생님의 싸인에 따라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한다. 실내의 온도는 95도 정도(섭씨 35도 정도)에 맞춰 있고 습도는 60-70 정도인 실내. 이름하여 ‘Heated Yoga’.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온도인데, 그 안에서 힘든 요가 동작을 하게 되니 땀은 자연히 줄줄 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진다. 수건을 옆에 놓고 연신 닦으며 동작을 이어간다. 힘들면 잠시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기도 하고 아기동작으로 쉬기도 하지만 대부분 천천히라도 쉬운 동작부터 어려운 동작까지 제법 잘 따라 한다.  매트엔 땀이 뚝뚝 떨어지고 온몸엔 땀이 비오 듯 젖는다. 한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길게 대자로 누워, 잠시 쉬며 숨 고르기를 하며 클래스를 마친다.


‘요가는 마음과 몸을 잇는 댄스’라고 누군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로지 요가 동작에 집중해 몸을 움직이고 들숨과 날숨에 몸을 맡기며 동작을 이어간다. 요가는 인도의 정신 수련법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인도말로 ‘Yuj’를 근원으로 ‘결합하다’라는 뜻이란다. 특정한 자세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해 정신적으로 초원적 자아와 하나가 되어 무아지경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초보 요가를 하는 나는 무아지경에 이르지는 않지만, 운동을 하는 내내, 동작과 호흡에만 집중하며 땀을 흘리므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한 시간 땀을 흘리고 나면 온몸의 뼈마디가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온 근육이 늘어나며 체형이 잡히는 느낌이다.

요가 몇 주 했다고 늘어난 뱃살이 줄어 들리도 없고 쳐진 목주름이 펴질 일도 없다. 잘 알지만 운동 후의 뿌듯함은 심한 중독이 되어 내게 다가온다. 시원한 찬물 한잔 마시고 다음 코스로 향한다. 잠시 땀을 식히고 수영을 조금 하고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더 빼고 나면 그야말로 날아갈듯한 기분이다.


건물을 나와 주차장으로 나오며 만나는 바람. 먼 산의 풍경들. 매일 같은 시간에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늘 다르게 다가오는 신선함. 산정에 가득한 눈이, 산 아래의 마을엔 짙은 가을 색이, 시선 가까운 곳에는 억새가 흔들리고, 나목들의 허전함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시간. 오늘 하루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신선함을 사랑하는 그에게 오롯이 전하고 싶다. 감사한 하루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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