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 게임을 바라보며
가로수 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풋볼 시즌. 가을은 깊어지고 겨울 찬바람 속으로 열기는 더 뜨거워지다가, 마일하이에 눈이 쌓이면 시즌은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 날의 게임이 바로 어제였다. 이제 겨우 2년 차인 쿼터백 보 닉스(Bo Nix)를 선두로 브롱코스(Broncos)는 가장 수비를 잘하는 팀이다. 물론 나는 브롱코스를 나의 팀, 우리 팀이라 부른다.
시즌을 시작하며 작년보다는 좀 더 기량이 좋아졌을 거라 믿으며 내심 기대를 했다. 우리 팀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0년 만에 플레이 오프(Playoff)에 당당히 1위로 올라갔다. 브롱코스는 지난 한 주를 쉬며 역량을 재정비하고, 바로 어제, 마일하이 홈구장에서 디비전 게임을 가졌다. 상대는 올 시즌 최고 선수(MVP)라는 자쉬 엘렌(Josh Allen)이 쿼터벡인 버펄로 빌스(Buffalo Bills). 가게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 위해 피자, 토티아 칩에 살사와 과콰몰리 딥, 돼지갈비 바비큐 등을 준비했다. 이런 날은 승패에 상관없이 함께 즐기며 경기를 본다. 누구는 상대방을 응원하고, 또 누구는 우리 팀을 응원하고, 손뼉 치고, 하이 파이브를 날리고, 소리를 지르며 경기를 즐긴다.
게임은 처음에는 우리 팀, 브롱코스가 우세했다. 터치 다운을 만들고 10점 차가 되며 이기겠네? 하던 순간 빌스에게 기세를 내주었다. 갑자기 게임은 빌스에게 질질 끄려 가는 듯했다. 안타까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화면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가게에 들아 왔던 손님들도 함께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탠다. 이어 브롱코스는 인터셉을 만들고 그 순간을 점수로 이어갔다. 다시 기세는 우리 팀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이기겠네 하는 순간, 빌스는 동점을 만들어 냈다.
연장 전, 양 팀이 모두 숨 막히게 공을 한 번씩 가져갔지만 점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번째 우리는 공을 가져왔고 결국은 필드 골을 하나 만들어내, 3점 차이로 우리 팀, 브롱코스가 이겼다. 점수는 33:30. 마일하이에 가득한 함성. 천둥소리만큼 컸다. 2주 전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일열직관을 하는 재미는 그 어떤 것 보다 크다.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치고,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발을 구른다. 게임 내내 앉을 수가 없고 서 있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안에서 매 순간을 즐긴다. 팀과 온전히 하나가 되어 온통 주홍색의 물결 속에서 흔들렸던 시간. 돌아오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시끄럽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의 행렬 안에서 우리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보 닉스가, 리시버 서튼(Sutten)이, 감독이, 점수를 내면 달려 나오는 백마와 깃발 행진 등등. 경기장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응원 함성 사이로 엔도르핀은 팍팍 터진다.
매 경기가 끝나면 감독과 선수들이 기자들 앞에 나와 브리핑을 한다. 어제도 마찬 가지. 감독의 긴 브리핑이 있었다. 잘 싸웠고 이제 한주 동안 디비전 챔피언 쉽(Championship)에도 잘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이어 선수 2명이 나와 인터뷰를 이어갔다. 보통은 감독에 이어, 쿼터백이 나오는데 보 닉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 다시 감독이 돌아와 브리핑을 이어갔다. ‘보닉스가 오른쪽 발목 골절이 있다. 이번 화요일에 수술을 한다. 이번 시즌엔 더 이상 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정적~ 오버타임 중 밈스(Mims)에게 공을 던지며 넘어졌던 때 골절이 일어났던 것 같다는 설명. 이어서 보 닉스는 ‘신은 내게 무언가 계획이 있을 거라’며 ‘지난 2번의 골절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단다.
골절이 되었으면서도 게임을 끝까지 끌고 갔던 보 닉스. 승리를 이끌었던 팀의 어린 수장. 이번 시즌 내내 그의 역량이 많이 발전되었고, 어제의 게임은 최고의 게임 중 하나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시즌의 가장 중요한 게임인 디비전 챔피언 쉽에는 못 나오겠지만 게임을 지켜보며 작전과 응원을 보탤 수는 있겠지.
아침 스포츠 뉴스에는 온통 보닉스의 골절에 관한 기사가 빼곡하다. 찬찬히 읽고 듣는다. 그의 수술과 빠른 회복과 재활을 기도한다.
신의 어떤 다른 계획이 있는지, 미미한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그 계획이 무엇이 되었던지 다음의 시즌을 기대하며 올 시즌의 행복과 기쁨을 이쯤에서 내려놓는다. 다음 주 챔피언쉽 게임에서 백압 쿼터백 제럿(Jarrett Stidham)이 너무 많은 점수를 내주지 않기만을 바라보는 아침이다.
수고 많았어, 보 닉스!! 참 잘 싸웠어, 브롱코스!!! 이렇게 많은 즐거움을 선물해 주다니! 다음 시즌에도 잘해보자, 기다리고 있을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