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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은 언제까지?

11연승을 함께하며

by 전지은


이렇게까지 잘할 줄이야!라는 마음만 가득한 요즈음이다. 풋볼 시즌을 시작하며 손톱만큼 가지고 있던 기대는 점점 커져, 시즌이 거의 끝나는 지금은, ‘어쩌면 슈퍼볼까지?’ 하는 희망이 생겼다. 작년 브롱코스에 입단한 보 닉스(Bo Nix), 신생 쿼터 백. 별 기대를 안 했지만 게임의 내용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졌다. 2년째인 올 시즌. 매 게임마다 오묘하게 마무리를 지으며 올라온다. 11연승. 게임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3번째 게임이었던 텍사스 카우보이(Cow Boys) 와의 게임이 가장 좋았다고나 할까. 늘 지고 있던 게임에서 마지막 쿼터에 가서야 점수를 내며 역전하는 브롱코스(Broncos). 조마조마를 넘어 그야말로 가슴이 쫄깃쫄깃 해지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1점 차 혹은 마지막 쿼터에서 점수를 내며 이겼다. 그야말로 “뭐지?”라는 느낌. 분명 작전은 아닐 텐데, 이런 이변의 게임을 어떻게 연속으로 11번이나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 라스베가스의 레이더스(Raiders) 와의 게임에서 보 닉스는 공을 들고 엔드 존까지 달려가 터치다운을 하는 기염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의 역량은 어디까지일까? 200야드 이상을 던졌고, 쉬지 않고 달렸고, 타치다운까지 만들어 낸 쿼터백. 그리고 리그에서 최상의 수비(defense)로 인정받는 브롱코스. 리그전체 팀 중에서 상대방 쿼터 백의 쌕을 가장 많이한 팀. 수비가 공격을 이긴다는 풋볼의 분문 율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브롱코스.

처음 풋볼에 입문을 했던 것은 10여 년 전이다. 그때 브롱코스의 명성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당대 최고의 쿼터백이었던 팻 메닝(Patrick Manning)을 앞세워 시즌 전승을 하며 슈퍼볼에 진출했다. 그의 활약을 보며 풋볼에 관심이 갔고, 이후 쭈욱 브롱코스의 게임을 보며 팬으로 응원을 보탠다. 10년 전 슈퍼볼 승리 후, 브롱코스 쇠락의 길은 생각보다 빨랐다. 10년 동안 13명의 쿼터백이 들고 날며 팀은 그야말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질 것을 알며 팀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화’가 나는 것을 지나 측은지심까지 들었다.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상위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플레이오프 희망을 갖게 하는 중위권이라도 해 봤으면. 긴 기다림의 시간을 올 시즌에는 톡톡히 보상받고 있다.

작년. 새 감독과 새 쿼터백의 영입으로 많이 쇄신이 된 팀. 겨우 플레이 오프에 턱걸이를 했지만, 첫 게임에서 아웃. 시즌 말미에 다른 팀들의 게임을 바라보며 ‘우린 언제?’라는 마음. 그러나 내심 응원을 놓지는 않았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나라도 마음을 보태야지…’라는. 지는 팀도 응원해 주는 찐 팬들이 있다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겠지, 하는 믿음. 세상에 지고 싶은 팀은 어디에도 없다. 역량이 모자라, 혹은 운이 없어 그 시간 그렇게 지고 마는 것이다. 본인들이 더 안타까울 것이고 더 힘들겠지. 그런 팀을 응원해 줘야, 의기소침하지 않고 다음 게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다음 주는 그린베이 팩커스(Green Bay, Packers), 몇 주 후면 LA 차저스(Chargers)와의 게임이다. 시즌의 말미에, 쉽지 않은 팀들이다.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결과가 좋고, 팬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일들이 어찌 계획한 대로만 되던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별 사고 없이 잘 싸워주기만을.

겨울 칼바람과 폭설이 내리는 창 밖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가득한 게임을 보는 것이야말로 내가 겨울을 이기는 원동력이 되고, 다음 경기를 기다리며 한 주일의 활력소가 된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 사는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된다.

매주 성당을 가는 신자이지만 늘 교회 이야기, 신앙 이야기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 사는 일 안에서 브롱코스는, 풋볼은, 다음 주를 기다리는 좋은 이야깃거리로, 가슴속 열기가 되어 온몸을 덥힌다. 행운의 여신은 우리 팀에만 머무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것인 내 마음. 그것조차 감출 수 없다.

파이팅! 우리 브롱코스. 끝까지 잘 가보자고!!



글을 써 저장해 두고 언제쯤 발행을 할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주일, 성당미사와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린베이(Green Bay), 팩커스(Packers) 와의 경기에서도 이겼다. 연 12승. 게임의 내용도 압권이었다. 보 닉스는 303 야드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303은 덴버지역의 전화번호이다.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는 그들의 역량에 박수, 또 박수를 보낸다.

4번의 터취 다운과 상대팀을 꼼작 못하게 하는 쌕을 날림으로 브롱코스의 역량을 의심했던 이들의 염려를 보기 좋게 잠재웠다. 약세이지만 운이 좋아 연승을 하고 있다는 해설자들의 코가 납작해진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3게임. 그중 하나가 브롱코스의 숙적인 캔자스(Kansas)의 취프스(Chiefs). 공교롭게도 취프스의 쿼터백 마홈스(Mahomes)가 왼쪽 무릎 슬개골 인대를 심하게 다쳤다. 이번 시즌은 물론이고 다음 시즌까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차석의 쿼터백을 내세우겠지만, 이미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팀을 상대하는 게임은 쉽게 풀릴 것 같다.

이렇게만 팀의 우세를 이어간다면 플레이 오프의 선두를 이어가며 슈퍼볼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찐 팬의 마음과 박수를 보탠다.

겨울이 깊어가며 가슴은 떠 뜨겁게, 함성은 더 크게,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마일 하이, 그 높은 곳 위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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