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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Feb 22. 2022

'스피드 티켓'을 받다

그야말로 10여 년 만에

               


빨강 파랑 불을 번쩍이며 뒤에서 어떤 차가 내 차 뒤를 따라온다. 룸 미러로 보니 경찰차가 보인다. 나보고 차를 세우라고 신호를 보내길래 갓길에 차를 세웠다.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은 내 차로와 운전면허와 차량등록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


“40마일 존에서 54마일로 간 것 아시죠?”


“아? 제가 그랬나요? 죄송합니다.”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있었나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


“티켓을 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법정에 가서 설명할 수도 있고, 여기다 직접 벌금을 물어도 됩니다.” 


경찰의 설명이 장황하다. 난 고개만 끄떡거렸다.


<이미지:인터넷에서 퍼옴>


      

어젯밤 꿈이 사나웠던 것도 아닌데, 운이 나쁘다 싶었다. 동네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한낮 도로에는 거의 통행량이 없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크고 빈 길에서 액셀을 쭈욱 밟았나 보다. 


나의 잘못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발부된 티켓(범칙금)을 가방에 넣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벌금은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벌점 때문에 올라갈 보험료다. 미국에서는 벌점이 자동차 보험료에 영향을 미친다. 사업 상 소유하고 있는 차량이 여러 대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보험료가 비싼데, 벌점이 가미되면 또 얼마나 오를까 싶었다. 


남편에게도 이 상황을 설명을 해야 되는 것도 불편했다.(잔소리할 게 뻔하니까) 일단 비밀로하고 혼자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지, 생각했다.



               



범칙금 티켓을 발부받으며 법정 출두일도 지정받았다. 아침 8시 반까지 법원으로 오라고 되어 있었다. 집에서 출발해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가려면 최소한 7시 반에는 나가야 할 텐데 난감하다. 남편에게 댈 핑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퇴직을 했으니 병원 교육이 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고, 월요일 아침이니 그 시간에 성당이나 가게를 갈 일도 없다.


2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땐 아들이 중학생이었다.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서 나오다가 경찰에 잡혔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무슨 영문인지도 몰랐고, 경찰차가 나를 따라 올리가 없다고 생각해 계속 운전을 해서 집까지 갔다. 거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경찰차는 ‘삐용 삐용’ 하는 소리를 냈다. 그제사 내가 문제였던 걸 알고 멈추었다. 학교 앞 과속이었기에 2배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벌점이 너무 많아 운전자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그때는 남편에게 병원 교육이 이른 시간에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범칙금 티켓은 내 딴에는 잘 둔다고 자동차 대시보드 밑의 서랍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그 일이 까마득히 잊힐 무렵인 10년 뒤쯤, 그 차를 팔려고 차를 청소하던 중에 티켓이 발견되었다. 남편은 그 티켓을 발견하고 너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었다.

               

“십 년이나 여기에 티켓이 들어 있었네? 말도 안 하고. 참, 근데 어떻게 보험료도 안 올랐지? 참 ~~~”

 

“스피드 티켓이라 너무 창피해서 말 못 했지.” 


이번엔 무어라 변병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부부 사이에 숨길 일이 뭐 있느냐고 누군가 말한다면, 숨기는 것보다는 그냥 좀 창피하다고나 할까. 남편에게 숨 길려고 하니 그 옛날 일이 떠오르며 참 난감하다. 이미 벌어진 일을 없앨 수도 없고.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해 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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