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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Mar 09. 2022

life gose on, 우리 삶은 계속된다

life gose on

       

“Life goes on”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겨울 시리즈 세 번째 공연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을 보고 왔다. 우연하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즈음에 이 공연을 보게 되었다.



<파이크스픽 공연장>

 



뮤지컬은 우크라이나의 아나태프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유 가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유대인 가정의 이야기. 주인공인 아버지, 테비에는 수다스러운 아내와 딸 다섯과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는 큰딸을 부자인 정육점 주인에게 시집을 보내려 했지만 딸은 이미 약속한 사람이 있다고 알린다. 가난한 양복점 직공이었다. 겨우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결혼식을 치르는 날, 소련 경찰이 들이닥쳐 식장은 엉망이 된다. 그러나 하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뮤지컬의 주제 음악인 ‘일출 일몰(Sunrise Sunset)’을 합창한다. 물론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신나게 소리 높여.


이어 둘째 딸은 가난하고 사회주의 이상에 빠져 혁명을 꿈꾸는 청년과 눈이 맞는다. 여차저차 하여 이들도 결혼을 한다. 셋째 딸은 소련 청년과 바람이 났고, 결국엔 결혼을 해 시베리아로 떠난다. 결혼식 장면마다 소련 경찰이 들이닥치고 결혼식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무대는 전통(Tradition)이라는 합창으로 첫 장을 열었다. 굉장한 소리로 청중을 압도했다. 공연 내내 유대인들의 복장과 전통 풍습 등을 그대로 재현하여, 박수를 치거나 발을 구르거나 술병을 던지거나 모자 위에 올리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장면 장면마다 그들의 풍습을 엿볼 수 있었고 유대인 풍습과 기질을 가장 잘 나타낸 공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유대인들의 신앙심 또한 공연 곳곳에 내재되어 불쑥 튀어나오는 랍비의 축복은 웃음과 울음을 함께 하게 했다.



<공연장 휴게실의  기념품 판매소>

    


그리고 위기의 장면이 지나가면 바로 악사가 바이올린을 켜며 무대를 가로지른다. 바이올린을 지붕 위에서 켜다니, 삶은 얼마나 위험하고 곡예 같은 일인가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마을 전체에 퇴거 명령이 떨어진다. 각 장면마다 감초처럼 등장했던 중매쟁이 할머니는 이스라엘로 돌아간다고 했고, 이웃들은 시카고와 폴란드로, 주인공인 테비에는 아내와 미혼인 딸 2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간다고 이야기한다.

    

척박했던 삶의 현장에서 그래도 살아남은 이스라엘 민족의 디아스포라(Diaspora)가 그렇게 시작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1964년에 공연을 시작하였다. 중간에 멈춘 적이 있었지만 대표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의 하나이다. 옆자리 관람객이 공연 중간 쉬는 시간에 넌지시 말을 걸며, 우리 동네에 오는 브로드웨이 공연은 2군들이라고. 그래도 참 들을 만하지 않냐며 말을 걸어왔다. ‘들을 만하다니…’ 적어도 내 생각에 그런 표현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내용이 전하는 이야기가 가슴 아픈 것과는 달리 공연은 신났고 재미있었다.  



<공연 중 중간 휴식 시간>

    


이민자로 살고 있는 내게는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고국을 떠나 이만큼 와 있다는 이방인의 느낌. 가끔 만나는 불편한 시선들. 여기가 집인 것 같다가 강릉을 가면 느끼는 진솔한 고향의 내음, 소리, 느낌, 그 포근함에 안겨 있는 일. 그것은 그냥 울컥한 마음이기도 하고 그리운 엄마의 품인 것도 같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가슴 후련한 공연을 본 탓인지 다음 공연이 벌써 기다려진다. 다음 공연은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Gentleman), 마음은 벌써 그곳으로 가고 있다. 산들의 실루엣 사이로 희미하게 달이 보인다.


 

< 창밖으로 보이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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