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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Jul 18. 2022

어떤 만남

영원한 동지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를 출간하고, 강릉의 절친은 내 책의 홍보 대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지인들에게 책 출간을 알리고 구매를 독려하고 직접 사서 나누어준 곳도 여러 곳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나를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 하는 몇 분과 팬미팅 같은 작은 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와인을 곁들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간호사로 재직하며 글을 쓰는데 힘든 점들에 관한 질문은 이어졌다. 


나는 솔직하게 답을 했다. ‘쉽지는 않았다’고. 두 가지 일을 병행했고 특히 죽음을 목격하며 써야 했던 이야기들.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텐데 그 아픔의 시간 안에 한 부분이었던 나의 자리는, 그들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어쩌면 그들의 아픔은 나에게도 삶의 무게로 다가왔고 그것들을 풀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여서 그렇게 풀어냈던 것을 아닐까. 


누구의 고통을 빌어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했다는. 모든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고는 했지만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나의 사견을 ‘객관적’ 혹은 ‘보편적’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붙여 미화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그중 한의사 한분이 계셨다. 그분도 죽음에 대한 책을 썼다며 한 권 건네주셨다.  <아름답게 떠날 권리>  잘 살아왔음을 감사하며, 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6개월 간격으로 돌아가시며 생겼던 상실감. 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할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아내가 싸준 오이 맛이 나는 김밥 이야기.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집에서 마지막까지 며느님의 간호를 받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 어머니 평생의 분노와 억울 함을 접고 편안하게 가시기를 소망하는 맏아들의 간절한 바램. 한의사로서 환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자세. 


영혼의 건강과 의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책에서는 “당신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답을 얻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책에서도 환자들의 이야기를 실례로 들고, 기와 명상과 기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설명하며 풀어 나갔다. 그 누구도 많은 죽음을 목격하였다고 해서 죽음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서 달라진 삶의 태도, 너그럽고 여유 있고  집착하지 않는 삶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또한 ‘감사’와 ‘수용’은 커다란 힐링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삶의 재미에도 깨달음이 필요하고, 재미를 추구하며 느끼는 행복감은 낭비가 아니며 건강을 위한 가장 값진 투자라고 일갈한다.그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태도’가 나와 너무도 흡사한 것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이 있어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이야기는 이어지고 장소를 옮겨 맥주도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도 이어갔다.  그리고 절친을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고, 지난달 그 댁으로 초대를 받았다. 남편과 절친부부와 함께 원주까지 갔다. 정성이 가득했던 제철음식의 집밥 한상. 남편들은 남편들 대로 어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어울려 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번의 만남으로 참 가까워진 느낌. 


그리고 지난 주말, 그분들은 다시 강릉을 찾았다. 이번엔 내가 대접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다 못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사의 끝무렵, 그분은 시 낭송을 하나 하겠다고 했다. 눈을 감고 경청…





<비개인 저녁>, 경포호숫가에 세워진  내 선친의 시비를 만났고, 그 시를 사진으로 찍어와 낭송하셨다. 그 세심함과 나에 대한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곳에서 후식을 나누고 다음을 약속하며 아쉽게 돌아갔다. 그리고 부인이 손수 만들었다며 전해 준 고마운 선물. 작은 자개를 입히고 옻칠을 한 목기. 사포질을 하는 마음과 작은 자개 조각을 붙이는 마음. 옻칠을 하고 또 덪칠을 하는 정성. 엄마의 반다지 자개장 위에 올려두며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두 분의 마음이 이 목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분도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고 나도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출간 작가라면 누구라도 해보고 싶었을 북사인회, 그걸 대신해 주었던 이 작은 팬미팅은 좋은 인연이 될 영원한 동지를 얻게 해 주었다.  그분은 강의도 나가신다는데 그곳에서 쓰는 교재의 이름은  “삶도 빛나고 죽음도 빛나라”였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삶은 빛나고,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기 위해 쓴 그 책을 통해 죽음도 빛난다. 그 빛 속에서 함께하는 나는 참 행복하다. 이 좋은 인연 오래오래 이어지길 기도하며, 감사하고 고마운 하루가 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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