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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ug 11. 2022

어떤 손님

사돈 처녀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관계. 예전에는 친구처럼 ‘야자’ 하던 사이이지만, 그 댁 딸이 예비 며느리가 된 후 편했던 호칭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응, 그럼 그럼, 그러자” 에서 “ 아~ 네. 그럴 수도 있지요.”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바뀌었고, 메시지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말을 써도 될까, 이렇게 표현하면 오해는 없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다행히 남편들은 그런대로 친구처럼 편하게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시어머니 자리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며 몇 번인가 만나 어느 정도 편해지는 것 같다가도 또 조심스러워지는 관계. 그러나 다행히 우리 두 집 사이에 사돈처녀가 있다.


    


그녀는 나를 콜로라도 맘이라고 부른다. 언니의 시어머니를 그렇게 부르기 쉽지 않겠지만 그녀 특유의 넉살과 애교로 딸이 없는 나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그 옛날 어렸을 적엔 탐보이 같이 활달했는데 그 성향 역시 사람을 편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 그녀가 서울 시댁에 3개월 동안 나와 있는 동안 마침 강릉에 있던 나를 찾아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강릉을 알턱이 없고, 단지 콜로라도 맘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게 놀다 가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서울에 있으면서 미국 직장의 재택근무 중이어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하룻밤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고 더 편안해지고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KTX승차표를 예매하고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이곳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행선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영어가 더 편한 그녀가 잘 찾아올 수 있을지.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솔직하게 말해줬다.  먹고 싶다는 음식들을 준비하며 시집간 딸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언니보다 먼저 결혼을 해서 훨씬 어른스럽게 시 어른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때론 언니의 입장에서, 때론 나의 입장에서, 또 때론 형부의 입장에서 가족관계를 말해 주었다. 시부모라는 입장과 며느리 관계는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나의 말을 거들어 주기도 하고, 언니의 입장을 대변해서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아마 딸이 있다면 그런 얘기들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별건 아닌데, 이럴 땐 이랬으면 좋겠고, 저럴 땐 좀…’등의 사소한 이야기들. 같이 흉도 보고,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어렸을 때 엄마 아빠를 따라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이야기. ‘언니는 새침하게 말을 아끼는 색시 같았고 넌 탐보이처럼 우리 아들과 같이 스케이트 보드도 탓었지’ 하며.  어린 시절 추억이 소환되자 우리들의 인연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콜로라도로 이사를 가며 처음 몇 년 동안은 소식을 주고받았었고 그 후 소식이 끊겼던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어쩌면 더 일찍 언니와 형부가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지금 서로 다시 만나 가족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냐며, 좋아했다. 


도착한 날부터 보슬비는 내렸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진 수산시장부터 강릉을 마스터한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헤맸다. 전복부터 시작한 먹방은 이틀 동안 계속 이어졌고, 다음날 사돈처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갔고 일주일 후 미국으로 들어갔다.


미국에서 온 카톡에는 “하이. 콜로라도 맘. 잘 도착했어요. 강릉의 그 맛있는 추억들 잊을 수 없어요. 우리 언니는 참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콜로라도 맘 같은 시어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편안한 형부를 만나서요.” 그리고 이모티콘은 하트가 뽕뽕 나오는 것을 첨부했다.


    


가장 어려운 사이라는 사돈 관계는 어디로 사라지고 난 딸 하나를 얻은 것 마냥 신나고 즐겁다. 아들과 며느리가 만나 다가오는 가을이면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된다. 지금 이 행복이 영원하길 기도하며 아들과 며느리에게 안부를 보낸다. 사돈처녀와 둘이 찍은 활짝 웃는 사진과 맛있는 음식들 사진을 첨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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