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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ug 24. 2022

찾아가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동해 문인협회와의 인연

            

강원도 평지에 폭염 주의보가 연일 울리던 주말 저녁,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시화전과 시 낭송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부탁하여 행사장에 도착했다.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를 피해 실내 행사로 바꾼 동해 문협 회원들은 바쁜 걸음들이었다. 작은 행사장은 조금은 어수선하였지만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잘 준비된 시화들만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시를 감상해 줄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시화들을 ‘조금 있다’가 보기로 잠시 미루어 두어야 했다.



              



 책들이 빼곡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책방 카페. 플랭카드 한 장이 오늘 행사를 알리고 있었다. 동해시  발한동 책방마을은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재계발되었다고 하는데 언덕 위의 시립도서관과 연결돼있고 동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풍광을 갖고 있었다. 


풍광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서둘러 동해 문협 회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또 몇몇 문인들과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역사회의 예술과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여러분들이 참석하여 동해 문협의 행사를 격려해 주었다. 상당히 고무적인 그분들의 관심에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나와 동해 문협과의 인연은 선친, 최 인희 문학상 때문이다.  이 상은 동해 문협에서 주관하여 수상하고 있고 그 상이 올해 22회를 맞고 있다. 최인희 문학상 제정은 시간이  꽤 흘렀다. 1989년 선친의 시비 <낙조 落照>가  동해시 무릉계곡 입구에 건립되고 이후, 동해시와 시비 건립에 힘이 되어 주셨던 건립위원들이 뜻을 모아, 최인희 문학상을 제정하자고 결의했다고 들었다. 


그때, 선친의 수제자이셨던 작고 하신 극작가 신봉승 선생님은 만류하셨단다. 어느 지역이고 문학상을 만들어 잡음이 없었던 곳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지만, 지아비의 넋을 기리며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어머니는 출연금을 내며 동해시와 상의 끝에 문학상이 생기게 되었다. 시비 건립 후 1998년부터 최인희 문학상의 수여가 시작되었다. 심상대 소설가, 김경미 시인, 김익하 소설 가등 동해와 인연이 있는 작가들이 주로 이 수상을 하였는데, 그 중간에는 염려하였던 것처럼 불협 화음이 좀 있었고,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은 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2년 전 동해시의 시의장이었던 김혜숙 전의원을 통해 동해 문협은 나에게 정상화 요청을 해 왔다. 나는 그분들의 생각을 경청했다. 유족으로 선친을 기려 주겠다는데 그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상의 수여는 2020년부터 다시 재게 되었다. 그 해 마침 나는 강릉에 머무르고 있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장님을 비롯한, 수상자와 문협회원들의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으며 행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상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유족이 참여한 수상식이었으니, 내게 그 의미는 참 컸다. 커다란 울타리 하나가 든든하게 세워졌다는 느낌, 이랄까…


               


이후 난 누가 붙여 주지도 않았지만 동해 문협의 명예회원쯤으로  스스로 생각하며 그분들의 행사에 진심이 되었다. 시화전, 시 낭송회, 출판기념회 등, 핑계만 있으면 참여하고 그분들의 노고에 독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시화전과 낭송회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준비하고 암기하여 낭송할 시가 없어, 선친의 시비에 있는 <낙조>를 보면서 낭송했지만, 그 무게감은  참으로 깊었고 신선했다. 한여름의 무릉계곡에 발을 담그면 그 시원함이 발목을 지나 가슴까지 차오르던 그 어린 시절의 청량함 비슷한 것이 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시 낭송회가 끝나고 시화전에 시선이 머물렀다. 언덕 위 골목길, 휘어진 계단, 느림의 사람 사는 냄새, 추억과 사랑과 기억이 공존하는 바다의 삶이 그대로 옭겨져 온 듯한 옛날 묵호의 동쪽. 주옥같은 시 한 편 한편들을 감상하며 멀리 지평선을 바라본다. 마음에 담긴 시상과 윤슬 가득한 바다 풍경을 뒤로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그리고 미국으로 들어오기 며칠 전 다시 최인희 문학상 선정위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의 수상자도 이미 결정이 된 것 같았고 행사 일정은 9월 말쯤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한국에 머물 수 없어 지난주 미국으로 돌아왔어도 마음은 동해에 머문다. 그분들의 노고로 이어가고 있는 선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의 글 자리도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 본다. 선친을 닮아 시인이고 싶었지만, 편안한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일상의 이야기들로 공감하고 서로에게 좀 더 다가가며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돌아오는 길엔 국지성 폭우가 간간히 퍼부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듯, 선친의 이름을 빛내는 문학상이라 할지라도 간간히 누군가에게는 폭우가 되어 내렸을 수도 있고, 그 물 웅덩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하는 동해 문협이나 나 같은 유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는 그치게 마련이고 폭우가 지나고 나면 또 맑은 하늘이 나온다. 돌아온 곳 콜로라도에도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린다. 여름이 지나는 길목에서 오랫동안 선친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유족의 한 사람으로 동해 문협에 머리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초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며 흰 구름은 그곳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선친의 시심이 그곳에서 반가운 손짓을 한다. 이 인연 놓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가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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