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지은 Sep 07. 2022

"미국 간호사 월급이요?"

예능보다 재미있는 간호사 이야기, 널티비 출연기

               


간호사들이 모여 간호 콘텐츠들을 유튜브로 제작하여 올린다는 <널티비>에서 연락을 받았다. 40여 년의 미국 간호사 경험을 좀 풀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미 퇴직을 했고,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괜찮겠냐고, 사양하는 척했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다. 나의 경험을 아들, 딸 같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려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서울에 약속이 있기도 하여 같은 날 녹화를 하기로 하고 약속 장소를 찾았다. 물론 약속 장소로 가기 전 충분한 예습을 했다. 전에 찍어 둔 영상들을 자세히 보며, 어떤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어갈까 메모를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조금 주눅이 들었던 것은 사실. 그래도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는 코미디언이 아닌 퇴직 간호사일 뿐이니, 너무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그냥 아는 사람에게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같이 하면 될 것 같았다.


             




물 한 잔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나를 인터뷰할 친구와 촬영을 할 친구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준비운동을 해야 촬영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언질도 받았다. 가방에 넣어갔던 나의 책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를 사인을 해서 드리고, 촬영할 장소를 잠시 들여다봤다. 


작은 사무실 같은 곳에서 아무런 장식 없이 둘이 앉아서 대화하면 되는 곳이었다. 환한 조명과 작은 카메라가 서 있었다. 작년에 했던 몇몇 방송국과는 사뭇 비교가 안 되는 작은 세팅. 작년엔 너무나 커다란 세팅에 시선 처리도, 마이크 사용도 어쩔 줄 몰라했던, 그래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던 그 기억은 공포에 가까웠었는데. 이번엔 좀 편안한 작은 방. 그래서 좀 더 편안하고 여유 있게 녹화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녹화는 시작되었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형식이었고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었기에 별 어려움 없이 술술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옆에서 대화를 이끌어 가는 친구의 반응에 따라 나도 공감하며 반응을 취하다 보니 일부 녹화가 끝났다. 질문도 답도 몇 시간이라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휴식 시간. 물을 마시고 거울을 좀 보고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쓴 나의 이야기이니 이젠 거의 외울 정도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이야기는 더욱더 편하게 진행되었다. 녹화가 끝나고 사무실에 잠시 들러 보았다. 작은 공간에 컴퓨터와 몇 가지의 장비들을 두고 콘텐츠 제작을 한다고 했다.


2018년 창설된 벤처 회사. 간호사들이 모여서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호사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고, 요즈음은 선배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하고 있단다. 보건 간호사. 산업 간호사. 방문간호사. 변호사가 된 간호사. 응급실 간호사 등등 다양한 콘텐츠로 새내기 간호사들과 간호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처럼 장기근속 근무를 하는 간호사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새내기들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세계로 향한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서 그들이 더 나은 곳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간호사가 될 수 있다면 간호사의 선배로서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진행자가 물었던 질문 중에 나의 연봉을 묻는 것이 있었다. 민감한 사항이었지만 가감 없이 알려주었다. 그래야 젊은 간호사들이 미국을 보는 눈이, 아니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에 더 많은 시선을 돌리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또 혹시 누군가 보건 의료 정책을 책정하는 고위직이 이 프로그램을 보았다면 간호사의 복지와 임금에 대해 한 번쯤은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가져 본다.


그다음 프로젝트는 병원의 새로운 기구들이 들어오면 그것들을 세분해서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까 싶다고 했다. 그들이 개척해 갈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병원 이야기는 곧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SNS를 통한 피드백을 통해 현실감 있게 대화를 할 수 있고, 현실을 알며 개선책을 찾고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많은 간호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용기가 되도록 유튜브에 댓글을 달며 그들이 순차적으로 이어나갈 프로그램에 ‘아자! 아자! 파이팅!’을 함께 외친다.



[널티비 인터뷰 영상 보러가기]



[책 보러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찾아가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