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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Jul 12. 202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친구의 선물


                

“더운데 어떻게 지내니?”


“그냥 지낼 만 해. 바닷가니까. 그래도 에어컨이 없어서 요즘 같은 땐 좀 힘들긴 하지, 가끔 있는 건데 에어컨까지 놓으려니 좀 그렇고~~~.” 


그렇게 오랜만에 사는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친구는 미국에서도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다. 내가 열심히 살았던 것만큼, 그녀 역시 치열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종합의료원 간호부장으로 퇴직했다. 우리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오랜 기간 직장 생활 속 동병상련의 감정들도 나누는 등 통하는 게 많았다. 가끔 상황을 공유하며  공감하기도 하고, 부러워도 했던, 그래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오래된 친구다. 


'친구와 와인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는 말처럼, 늘 곁에 있는 듯 든든한 친구.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출간 이후, 책을 사본 친구에게서 격려의 메시지가 왔었다.



                


작년 가을, 강릉에 와 있을 동안 한번 온다고 하더니 할머니 노릇을 하느라 끝내 못 왔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여러 번 통화를 했었다. 보통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다 그렇겠지만 손주 자랑, 퇴직한 백수 남편 흉보기, 그리고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손주 보는’ 이야기였다.  


'힘들지만 예쁘다'는 그 힘듬조차 난 부러워했고, 친구는 ‘글을 쓰는 일, 그것도 40여 년 간호사로 일 했던 현장 경험을 쓰는 글쓰기’가 얼마나 좋으냐며 나를 부러워했다. 이야기 끝에 요즈음의 늙은 모습이 궁금하다고 하여 근래의 사진을 두어 장 골라 카톡으로 보냈다. 일상의 모습 중에서 화장기 하나 없는 그런 사진을 골랐다. 그냥 나의 변한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거겠지 하고.


그리고 며칠 후, 소포 하나를 받았다. 액자였다. 캘리그래피, 예쁜 손글씨로 “당신은 누군가의 희망입니다”라고 쓰고, 그 평범한 사진을 흑백으로 바꾸어 넣고, 출간을 축하하며 늘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흰색 액자.


감동이었다. 내 책 한 권이 정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까?  내 살아온 이야기, 미국에 살고 있다는, 중환자실 간호사였다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 누구에겐 가는 정말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을까? 그렇게 “희망”이라고 말해 준 친구의 마음, 참 고마웠다. 


누군들 그만한 사연이 없었을까. 이만큼의 세월을 살고 보면 누구나 소설책 한 권의 이야기는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단지 표현을 안 하는 것뿐일 텐데. 사진을 찍어 카톡의 바탕 화면에 깔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 마다 보여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경험에서 나온 내 이야기들. 나름대로 나의 시선에서 표현해보려고 했지만 다시 읽어보면 이렇게 쓸걸 하는 부분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을 해준 친구의 격려는 많은 힘이 되었다. 


글을 쓰는 그 누구인들  독자들에게 감명을 주고 싶지 않을까. 다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늘 아쉬운 부분이 생기는 것을. 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는 선물로 받았던 ‘누구에겐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에도 공감하며, ‘어~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네? 혹은 ‘와~ 참 비슷하네…’라고 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 같은  이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를 틀어 놓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아직도 진행 중인 인생의 숙제 때문일까,  진정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어서 일까.


나의 경험이 작은 공감의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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