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흔적

의미의 조각들

by 밍츠

타코와사비라는 음식을 직장 후배는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그녀와의 술자리에서 처음 내가 주문한 타코와사비는 그녀의 입맛에 딱 맞아 보였다.

그로부터 한참 뒤, 연말 모임 뷔페에서 그녀가 나에게 신나서 말했다. "이거 한 번 먹어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타코와사비라는 건데 드셔보셨어요?" 그녀에게 그 음식은 내가 처음 소개해준 것이었음을 상기시키자 이내 그녀는 매우 당황하며 놀라워했다. 그녀의 취향이, 내가 남긴 흔적임을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카페, 내가 좋아하는 장소, 내가 좋아하는 날씨, 내가 좋아하는 노래. 지금 내 취향과 가치관에는 과거 내 곁을 머물렀던 사람들의 흔적이 군데군데 기워져 있다. 그 출처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들은 모두 과거 나와 함께 순간을 나누었던 누군가의 흔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흔적을 남기며 걸어왔을 테다.

한창 뜨거운 사랑에 물집 잡혀 살아가던 젊은 시절에는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든 시기가 있었다. 이렇게 죽을 듯이 사랑해 봤자 헤어지면 끝인데, 교환 일기를 나누던 평생의 단짝이라 자부한 친구들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걸. 도대체가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고백하는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가 보다라고.

그랬던 나를 그 무의미와 공허에서 건져 올린 것이 바로 '흔적'이었다. 어느 날 문득 내 주특기 요리인 오코노미야키가 한때 절친했던 동생이 나에게 자주 만들어주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라웠다. 그 동생은 더 이상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 아이의 주특기는 내 주특기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 취향은 처음엔 누군가가 나에게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보여준 것들이다.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나는 지금 즐기며 누리며 살아간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과거의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을 나. 그렇다. 유행가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