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조각들
빨강은 더 빨갛게, 파랑은 더 파랗게, 그렇게 보이는 시기를 나는 '청춘'이라 말한다. 청춘의 시기, 모든 감각이 여리고 민감하여 아픈 것은 더욱 아프게, 기쁜 것은 더욱 기쁘게 느낀다.
고등학교 시절 후배와 갑자기 일출을 보겠다고 밤기차를 타고 떠난 감포 앞바다의 시리게 추웠던 기억, 고등학교 앞 단골 전통 찻집에서 마시던 감로차의 혀끝부터 감돌던 신비롭고 달콤한 맛, 태국 카오산로드에 쭈그려 앉아 먹은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팟따이. 그때의 그리움에 얼마전 인터넷을 뒤져 구매한 감로차의 단 맛은 더이상 그 시절처럼 신비롭지 않았다.
청춘의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 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강렬하고 날카롭고 눈물나게 아름답고 또한 아프다. 그런 감각들이 무뎌지는 시기가 오면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른다. 삶에서 강렬하게 남는 기억들이 없으니, 무던히 흐르는 시간은 인식의 거름망에 훌훌 다 빠져나가고 남기는 것이 없다. 그만큼 세월은 빠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청춘을 그리워한다.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아름답고 아팠던 기억은 대부분 청춘의 시기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청춘의 시기에 정말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한다. 많이 울고, 웃고, 감동하고, 슬퍼했으면 좋겠다. 청춘의 시기에 경험하는 한 가지는 나이들어 하는 백 가지 경험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에게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청춘의 시기로 돌아가겠냐 물어본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돌아보면 작은 파도 하나 하나에 요동치던 청춘의 감각들은 반짝였지만 날 참으로 고단하고 치열하게 했다. 그에 비해 무뎌진 지금의 내 감각들은 강한 폭풍도, 따스한 햇살도 의연히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봄은 아름답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계절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무뎌진 감각은 보이는 것 너머를 헤아리게 해주었고, 내 혈기로 인한 실수와 상처를 줄여주었다. 내 삶의 남은 계절들 역시 나를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