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혁(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생)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선 터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 지나는 일상의 공간 속에 파헤치고 탐구할 지점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사대문 내부의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혜화동은 로터리와 대학로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가 자리하여 젊고 학구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서도, 오랫동안 터를 지켜온 노년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여기에 '대학로'라는 공연예술의 메카가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 김지하, 이청준 등 당대의 지성들이 학교 밖 '다방'이라는 장소를 택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혜화의 오랜 역사가 빚어낸 개성 있는 공간들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학림다방
서울 대학로 119 2층 학림카페
TEL. 02-742-2877
운영시간 : 10:00~22:00
영화를 애호하는 필자는 어느 날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을 관람하다가 익숙한 창밖 풍경에 멈칫했다. 혜화의 중심 대로가 내려다보이는 그곳, 바로 '학림다방'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늘 그렇듯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 그 익숙한 정경은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내가 그 장면에 매료된 이유는 《강원도의 힘》이 무려 30년 전 영화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놀라운 사실 때문이었을까.
나무요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6길 39 2F
TEL. 0507-1384-9807
운영시간 : 17:30~02:00
시위 농성장을 방불케 하는 거친 철판 외관과 달리, 내부는 강렬한 목조 인테리어로 채워져 있다. 현실과 격리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나무요일의 내부는 낡긴 했어도, 마치 어릴 적 봤던 만화영화 속 골방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은 조도의 조명과 함께 투박한 테이블과 의자, 중고 서적과 오디오 같은 골동품들이 편안하게 자리하는 이곳. 사장의 애정이 담긴 주류 리스트와 유동적인 안주 메뉴는 이곳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벽면에 붙은 메모들에서 20~30년 전의 기록을 발견할 때면, 이곳이 하나의 '박물관'임을 실감한다. 아무 자리에나 앉아 온갖 낙서들과 방명록들을 들춰보면 부모님 세대의 사랑과 청춘의 지난한 고민이 켜켜이 쌓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비투프로젝트(b2project)
서울 종로구 동숭3길 6-6
TEL. 02-747-5435
운영시간 : 12:00~22:00
빈티지 가구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다. 건물의 1층은 카페, 지하와 2층은 쇼룸 겸 갤러리, 3층은 주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대표 권용식 씨는 빈티지 가구 큐레이션 도서인 《마이 디어 빈티지》의 저자이기도 하다. 십 년이 넘는 기간동안 유럽을 순회하며 빈티지 가구 몇 백점을 찾아나선 그 사랑의 깊이를 실감해보고자 한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필자가 재학 중인 치의학대학원 도서관에서도 대출할 수 있으며, 카페 현장에서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바 마리오(Bar MARIO)
서울 종로구 대학로11길 40 2층
TEL. 02-742-2154
운영시간 : 18:00~02:00
소나무길의 터줏대감처럼 자리하는 바 마리오에선 사장 '마리오'의 조예 깊은 주류 리스트와 십 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거쳐간 단골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의, 치대생들과 의료인들이 거쳤거나 거쳐가는 곳으로, 사장의 환대를 받으며 단골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학로에서 늦게까지 이어지는 모임이 있다면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