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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Feb 15. 2022

첫 글, 어쩌면

空間을 찾기 위한 여정은 마무리될 수 있을까

 스스로를 글쟁이라 자부하진 않지만, 수년 전에는 페이스북에 '뻘글'을 쓰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로등이 켜진 언덕길을 올라가며 느낀 감정들. 당시에는 '일기'라고 지칭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글들은 '뻘글'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내 안에서는 그렇게 정립되었다. 독자(라고 해봤자 친구들에게만 공개되었던 글이었고, 페이스북을 하면서 휴대폰으로 읽기에는 길었던 산문을 읽을 의지가 있었던 소수의 지인들 뿐이었으나)들이 내 뻘글을 '수필'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몸 둘 바를 몰랐으나, 생각해보니 수필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그 글들은 내게 '뻘글'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뻘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5년, 뻘글을 쓰는 빈도는 급격하게 줄어들다가 3년 전부터는 아예 쓰지 않았다.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글을 쓸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최근,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증거라서 내심 기뻤다. 그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되었겠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많은 지인들이 페이스북을 떠나면서, 내가 그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겼던 '일상'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페이스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n년 동안 연락두절에 근접한 생활을 이어온 나 스스로의 문제도 크긴 하지만.. 아무튼 글을 쓸 공간으로 페이스북은 기각되었다. 비슷한 이유로 인스타그램도 기각되었다.


 한창 뻘글을 쓰던 시절에 전시회 후기 같은 것을 쓸 때면, "블로그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 "는 제안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블로그를 운영하면 내가 썼던, 앞으로 쓸 글들에 대한 카테고리를 지정하는 등의 분류도 용이해지고, 그만큼 내가 과거의 글을 찾아보기도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을 갖고 있기에, 그리고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그 정도의 전문성이 갖춰진 글을 쓸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기각되었다.


 그러다 이곳을 추천받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곳을 제대로 이용해본 경험이 없다. 그저 글을 쓰고 싶었고, 공간이 필요했다.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 전부였다면 펜과 종이를 가지고 쓰기만 해도 되는 일이었겠으나, 글을 쓰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없앨 수 없었다. 그렇다고 검색만 하면 포털사이트에 당당히 드러나는 곳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곳을 찾게 되었다. 여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일단 뭐라도 쓰자는 생각에 첫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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