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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Feb 22. 2022

[독후감] 금각사(1956)

미시마 유키오 저, 허호 옮김

 독서에 대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군복무 시절이다. 그 전에는 책을 그저 읽기만 했더니, 한 번 읽었던 책이라도 그 내용이 어땠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군복무 기간에 남기기 시작한 독서의 흔적이 독후감과 같은 제대로 된 형식이었던 것은 아니고, 그마저도 책의 제목과 작가, 그리고 복무기간 중 읽은 몇 번째 책인지에 대한 숫자가 전부였기에, 당시에 읽었던 책의 내용도 기억에서 많이 지워졌다.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 독서량이 많았을 뿐, 수박 겉 핥기식의 독서에 지나지 않았다.


 <금각사>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군대에서 어떤 소설을 전자책으로 읽었던 적이 있어서 <금각사>가 처음으로 읽은 '전자책'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이사를 수차례 하면서 종이책은 짐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역 후에는 종이책을 사기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게 되었는데, 학교를 떠난 뒤에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 이번 달부터 밀리의 서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책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였다.


 미시마 유키오와 '금각사'는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다. 일본, 특히 교토 여행을 수차례 다녀오면서 금각사는 여러 번 직접 볼 수 있었다. <금각사>에서도 미의 대명사, 내지는 미 자체로 다뤄질 만큼 매력적인 외관을 갖고 있어서, 교토 관광의 필수 코스에 해당하는 명소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현대에 할복자살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를 읽다가 불과 수십 년 전에 할복한 인물이 실재한다는 것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와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금각사>라는 소설의 제목은 곳곳에서 접했다.


 소설에서 금각사가 '미'와 결부된다는 점이 나름 미학을 공부한 나의 관심을 끌었다.  학부에서 미학을 공부하면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어떤 대상이 아름답다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금각사도 충분히 아름다운 대상이고, 이 소설에서는 미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금각사>를 통해 작가의 미학을 엿보는 등의 미학적인 분석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소설의 이러한 요소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재밌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심오한 소설이다. 말 더듬이 주인공. 탈영한 연인을 숨겨주다 발각되어 죽은 우에코.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금각사가 있는 녹원사(鹿苑寺)의 주지가 되기 위해 도제로 들어가서 만난, 주인공 미조구치와 정반대의 인물인 쓰루카와. 주인공이 대학 예과에 진학 후 만난 안짱다리 가시와기. 인식과 행위에 대한 가시와기와 주인공의 토론. 일탈(출분, 出奔)하여 다짐한,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행위로 드러난 방화. 방화 이후 산 정상에 올라 담배를 물고 하는 '살아야지'라는 독백.


"금각의 불괴(不壞)의 아름다움에서 오히려 멸망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인간처럼 필멸하는 것들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반면에 금각처럼 불멸의 것은 소멸시킬 수 있다."


 '요즘 사람'치고는 고전을 많이 읽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고전이 갖는 매력을 잘 모르겠다. 가장 인상 깊었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까지 하는 고전은 박경리의 <토지> 정도? 번역체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것도 핑계일 뿐이고 결국은 아직도 나의 내공이 부족한 탓이겠지. 고전이 고전으로 남는 이유는 작품해설에서 으레 소개하는 작품과 작가를 둘러싼 맥락, 작품에 담긴 작가의 철학, 유려한 문체와 같은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초월하여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것을 알게 된다면 고전을 읽는 것도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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