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떼의 습격
내가 살고 있는 얼바인은 서던 캘리포니아, 남캘리라고 부르는 캘리포니아 남부지방이다. 태평양 연안이고 지중해 기후를 보이는데, 이번 여름은 지구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상 기후를 보이는 건지 무척 덥고 습했다. 전엔 찾아볼수 없던 모기와 파리가 출현하기까지 했으니.
내가 겪은 지난 두번의 여름과 이번 여름은 습도에 있어 큰 차이가 있긴 했지만 보통 얼바인의 여름은 뜨겁고 건조하다. 평소에도 얼바인 전역은 개미들이 많긴 하지만 여름에는 이 뜨거운 햇살을 피해 이 개미들이 집안으로 피신한다. 매년 여름마다, 한두번은 거실이나 주방, 또 어떤 땐 남편 방문위로 까맣게 줄지어 가고 있는 엄청난 개미행렬을 보고야 만다. 결코 보고싶지 않지만...
이번 여름은 더운 날이 몇주간 지속됐다. 그나마 오늘은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어(25년만이라고) 비가 몇달만에 내리긴 하지만, 최근 2주 정도는 잊고 있던 서울의 열대야가 생각날 만큼 밤에도 에어컨을 켤 정도였다. 낮은 40도에 육박.
그런데도 개미손님들이 한번도 우리집을 방문하지 않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 눈길이 닿지 않는 저 어딘가 벽뒤에서 엄청난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면서. 아니면 높은 전기세에 민감한 짠순이 주부이면서 대구 출신이라 더위에는 남보다 둔감해서, 유사시(?)에만 에어컨을 켠 덕분에 개미들이 우리집엔 안 들어온 걸 수도 있다. 안그래도 더워서 피하는데 얘네들도 이왕이면 더 시원한 집으로 가겠지.
이렇게 개미와의 조우 없이 여름을 보내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개미가 어제 주방 싱크대에서 한마리 보이더니, 오늘은 펜트리 문짝에 한 마리, 그리고 학교 가던 아들이 신발 신다 가라지 도어 근처에서 한마리 또 발견되었다.
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와서 개미 한마리를 미행해서 현장을 덮쳤다, 바로 펜트리 안.
언제 받은건지, 아니 받은건지 내가 샀던건지도 모를 초콜렛과 과자 몇봉지가 들어있던 통안에서, 초콜렛이 녹아서 흘러나온 모양이다. 그래도 원인을 찾았으니 원인만 제거하면 간단하다. 다행이다.
폭염 주의보가 내린 오늘, 머릿수건으로 머리를 말끔히 다 올리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해질 때까지 스카치 테잎을 잘라 눈에 보이는 개미들을 찍고, 페퍼민트 오일을 펜트리 안에 뿌렸다. 페퍼민트 오일은 향이 아주 강하다. 뿌리는 즉시 개미들이 우왕좌왕 당황하며 피해간다. 개미를 죽이지는 못해도 쫓는데는 아주 좋다. 그러나 잘못해서 손과 얼굴에 묻었는데, 강한 치약을 오래 바르고 있었던 것처럼 화~ 하다. (물에 희석해서 쓰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입로 차단. 글루건을 이용해서 펜트리 바닥의 틈을 막았다.
원래는 테로terro 라는 개미 독약을 놓았는데, 이 약은 개미들을 유인해서 독약을 물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 개미 떼들이 독약을 다 나눠먹게 해서 한 콜로니를 몰살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테로를 두면 하루, 길게는 2-3일 징그러운 개미떼들을 봐야 한다. 얘네들이 독약을 물고 자기네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가만히 놔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미들은 신선한 먹이감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아무리 테로를 옆에 둔다하더라도 다른 먹이가 있다면 테로에 있는 독약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와서 개미들과 몇번의 대첩을 치르면서 알게 된 점. 개미들은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먹이 없이도 한동안 생존하나 물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흙이 습기를 머금고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싱크대 주변이나 식기세척기 안이 개미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처음 한마리가 보이면, 그 녀석은 스카우트 개미, 즉 정찰병일 가능성이 크다. 개미를 손으로 꾹 눌러죽이기도 하는데, 그러면 안되고 스카치 테잎으로 살짝 찍어서 처치해야 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주변을 알콜 티슈로 광범위하게 닦아서 정찰병이 남긴 흔적들을 없애준다.
바퀴벌레가 나오는 것 보단 개미가 나오는게 낫긴 하지만 한두마리가 아닌 새까맣게 뒤덮은 개미떼를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집안에 사람 이외 생명이 있는 것을 들이는 것은 아주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은 특히나.
아무튼 펜트리를 정리하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이것이 올해 개미와의 마지막 전투이길 바라면서.
Adios, hormig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