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

엄마의 영어듣기 시간

by 동글이

아이는 미국에 온지 근 2년 동안 반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일이 없었는데, 며칠 전, 반에서 베스트프렌드인 콜이라는 친구가 곧 생일이라며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단다. 그래서 내 휴대폰 번호를 그 친구한테 쪽지로 써줬다고 한다. 여기선 플레이데이트나 생일파티 초대나 뭐가 됐든 아이들끼리 놀려면 우선 엄마들 번호를 교환해야 한다.


"전화로 인비테이션 보낸다고 하는데 받았어?"

"아니. 엄마한테 문자 안 왔는데?"


우리 애는 베스트 프렌드라고는 하지만 그 애 역시 우리애를 베스프 프렌드라고 생각하는지는 알수 없으니 조금 걱정도 됐다. 아직 영어도 서툴고 깊게 친구를 사귀는 성격도 아닌지라 둘이 소통이 잘못 되었다면 괜히 김칫국 마신 애가 상처받지 않을까해서다.


다음주 월요일이 생일이라는데, 목요일이 되어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애한테는 코로나 때문에 가까운 친구 몇명만 해서 작게 파티할 수도 있으니 너 초대 못받아도 섭섭해하지 말라고 했다. 애는 쿨하게 '어' 한다.


다행히 금요일에 아이가 인비테이션 받아왔다며 콜 엄마가 쓴 쪽지를 가져왔다. 거기엔 읽기 힘든 필기체로 생일파티 시간과 장소, 그리고 콜 엄마의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참석할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낸 뒤, 답장이 없어 토요일 오전에 전화를 했다. 뭐라 말할지 머리속에 정리한 다음, 심호흡하고 전화했더니 밝은 하이톤 목소리로 콜 엄마가 받았다. 존이 온다고 해서 콜이 너무 기뻐한다며.


남자아이들만 왔던 생일파티ㅎㅎ


생일 선물은 뭐가 좋을지 물어봤는데, 레고, 로블록스, 풋볼이 콜이 좋아하는 거라고. 아마존이나 구글 기프트 카드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콜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킹콩 팝잇(pop-it)을 갖고 싶다고 했다며 그걸 줄거라고 해서 그것도 포장하고, 마땅한 레고가 없어 아마존 기프트카드도 샀다.


생일파티는 데이브앤버스터즈(Dave&Buster's) 라는 오락실 겸 스포츠 바에서 열렸다. 수영장이나 파크 아니면, 점핑존이나 이런 곳에서 생일파티를 많이 한다.


두번째로 도착한 나는 그 친구 중 한명의 할머니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할머니가 You never see a girl. 했는데 정말 12명 모인 아이들이 모두 남자아이였다는.


콜의 아빠가 아이들에게 게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충전된 카드를 한장씩 주었고, 아이들은 신나서 오락실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했다.


케잌이 오고(느끼한 버터 케잌...) 노래를 부른 뒤, 우리 애가 콜에게 선물을 줬는데, 콜이 I will open it later. 라고 해서 조금 놀랐다. 선물을 그 자리에서 열어보지 않고 가져가서 집에서 다 열어보나 보다. 선물끼리 비교가 되니 나중에 따로 열어보게 하는건 참 좋은 생각인데, 아이가 그렇게 얘기해서 살짝 놀라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집에서 생일파티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집으로 초대하면 음식이나 청소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공간도 그렇거니와 놀거리도 마땅치 않으니 이런 생일파티가 보편화된 듯.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애리조나에서 60년 넘게 사시다 캘리포니아로 온지 삼년 되셨다는 미국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나이드신 분들 정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예로, 초대받은 친구 중 한명의 엄마가 가슴골이 보이는 짧은 원피스에 높은 힐을 신고 한껏 멋을 내고 왔는데, 할머니는 그 엄마를 보더니 나를 보면서 눈을 그 엄마쪽으로 흘기듯 찡긋하신다. 으이구 저 여편네 옷차림 좀 봐라 딱 그런 눈빛. 그런데 그 엄마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앉았다. 그랬더니 아까 그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상냥하게 You look good. 하심. 왜 이렇게 웃긴지.


company 가 되줘서 고마웠다며 할머니가 테이블점심값도 계산해버리셨다. 난 호스트가 계산하는 줄 알았더니.. 현금도 없어서 할머니한테 내 햄버거값을 드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바이바이 했다.


내 인맥이 아닌 아이의 인맥으로, 그것도 한국아이 아닌 친구의 생일파티는 처음이었는데, 아이도 나도 무사히(?),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다. 물론 몇달치 영어를 쏟아내느라 집에 와서 안자던 낮잠을 두시간 반(딱 생일파티 시간)이나 잤다는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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