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얼마안된 아줌마 영어 배우기

그래도 늘지 않더라

by 동글이

미국에 와서 몇달 동안은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 매일 영어 강의 유튜브도 몇개씩 보고, 미드보면서 모르는 단어 찾아보고 문장도 외우고... 물론 그 열정은 일년을 채 넘기지는 못했지만.


하지만 얼바인에서 전업주부로 생활하는데는 그다지 많은 영어가 필요하진 않다. 다른 도시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이 많은 편인데다 한국인들이 일하는 한인식당, 한인마트가 많아서 아주 기본적인 영어만 해도 충분. 친한 엄마들(물론 모두 한국사람)끼리 여기서 마트 캐셔로 일하려면 Do you need a bag?만 할줄 알면 된다고 할 정도다.


작년 초 미국에 처음 와서 바로 팬데믹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활동이 막혔고, 그래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동네에서 더더욱 영어로 대화할 일은 1도 없이 거의 1년 가까이 보냈다.


동부는 조금 다르다고는 하던데, 우리 동네는 자기집 차고에서 차 몰고 나갔다가 들어오고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않아 이웃을 마주칠 일도, 오며가며 사람들을 우연히 만날 일도 잘 없다. 나도 여기 이사오고 옆집 사람과 몇달만에 인사를 나눴다.


미국 오기 전엔 900 점이 넘는 토익점수와 해외업무를 했다는 근자감에, 가서 3개월 정도 지나면 뭐 유창해지겠지 생각했었다.


지금은 3년이 지나도 여기서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미국서 20년을 사셨다는, 나보다 영어를 더 못하는 전업주부들을 몇몇 만나게 됐는데, 그들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확신(?)하게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릴때 온 사람들 아닌 나처럼 성인이 되어서 이런저런 사정과 사유로 미국에 온 내 주변의 전업주부들을 보면, 이미 영어를 좀 하는 상태로 온 것이 아니라면 얼바인에 와서 영어가 느는 케이스는 아주 드문 듯 하다.


앞으로 미국에서 몇년 더 살아야하는데, 이렇게 지내다간 오히려 영어실력이 퇴보할 것 같다. 물론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 난 안되겠거니 하는 것도 있지만, 영어 때문에 매일매일 쌓이는 에피소드들은 이미 혀와 뇌가 굳은 사십대가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해준다.


남들에겐 재미있지만 나에겐 스트레스인 미국살이 에피소드들. 다른 이들은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기를 바라면서 남겨놓는다.

(이거라도 안 남겨놓으면 미국생활은 운전과 밥차리는 거 외엔 아무것도 안남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처음으로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