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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학 Apr 25. 2023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음악교육 Series 1 - Ⅰ루브릭에서 찾는 학습자 중심 교육

지난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우간다 지역의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악기를 가르치며 초반에는 온라인 학습에 많은 의심과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었다. 실기 지도에는 세밀한 지도를 필요로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물리적 한계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몇 해가 지나고 발전된 모습으로 예비학교를 졸업하게 된 나의 학생들을 통해 온라인 학습의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활용성 높은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과제를 남겼다. 



 결과만으로 학생의 학습 상태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기악실기 수업은 1주일에 1회 마주하며 수업을 진행하여 학습 결과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다음 과제를 부여하며 학습을 발전시킨다. 학습의 결과는 온전히 학생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며 학생이 자신의 실력 향상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사의 평가에 있다. 그러나 교사는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어떠한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알 수 없으며 학생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평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학생은 학습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채 다시 반복적인 학습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저 노력이 부족하다는 설명만이 존재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존감 하락을 경험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학습의 흥미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이 문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뚜렷해지고 더 확장된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고쳐줄 수 있었고 시연을 통해 학습 목표를 강제로 이해시킬 수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물리적 한계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강제로 이해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발전을 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나는 학생들이 실제로 이해하고 개선을 한 것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온전한 학습을 하였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온전한 학습이 아닌 결과는 추후에 더 큰 복합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 일까?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교사가 조금 더 떠먹여 줄 수 있을 뿐이지 온라인 수업과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가르친 후 다음 수업까지 학생을 옆에 두지 않는 한 학습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과 학습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 수업에서의 과제 이행 수준을 파악하는 것에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학습자관리시스템은 모른다

 학습관리시스템(LMS)이 학습자의 출석, 과제 제출 여부, 동영상 강의 시청 현황 등 단순한 결과값만을 나타내는 교사중심의 학습관리시스템은 학습자가 어떠한 학습과정에 도달했으며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의 신뢰성을 확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기악 학습의 문제 1. 

첫째, 학생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였는지 확신할 수 없다. 

둘째, 수업 내용을 이해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제를 수행한 결과였다. 

셋째, 그러나 과제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면 수업 내용을 이해 못 한 것인지, 학습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학생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과제를 제출하는 단계에 이르는지 학생들의 학습상태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조언을 더해 많은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었다. 

 가령 A와 B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의 학생은 어려서부터 악기를 배우고 음악과 관련된 상황에 자주 노출되어 있었다. 반면 B의 경우 상대적으로 음악적 경험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경우 같은 기간 학습시간을 부여했을 때 음악의 완성도는 A가 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B의 결과만을 평가하여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그쳐야 할까? 만약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아니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무관하겠지만 B를 성장시킬 책임이 있는 교사라면 결코 그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학생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여 다음 스탭으로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선행연구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은 일반적인 수업에서 상호작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온라인 상황에서는 더욱 가중되어 교사가 학생의 학습 상황을 요소별로 더 세밀하게 점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학생의 발전과 학습의 지속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성찰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자기 성찰지는 학생이 학습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를 단계와 평가요소에 따라 스스로 평가하여 학습 목표를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학습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학생이 스스로 평가한 항목과 교사가 평가한 항목을 대조하며 학생이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수준, 목표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 더욱 세세한 지도는 물론 학습자의 적극적인 학습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자기 성찰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루브릭에 대해 알아보자. 

 

루브릭은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우수한 수행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데 적절한 기준점이 된다. - 루브릭 어떻게 만들고 사용할까? 중에서


루브릭(Rubric)?

루브릭의 어원은 라틴어의 빨간색에서 유래하였다. 중세시대 예배나 법전에서 사용하는 규칙을 문서로 남길 때 붉은 글씨를 사용해서 표기한 것에서 유래하여 현재는 "학습자의 학습 결과물이나 성취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사전에 공유된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전에 강의계획서를 통해 제시되는 평가 기준 등이 모두 루브릭인 것은 아니다. 

 루브릭은 학생의 수행을 평가하기 위해 일련의 평가요소를 선정하고, 이 평가요소들에 기반해 학생의 수행을 수준별로 기술하는 평가도구로서 단순히 평가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의 수행 수준을 연결하기 위함 즉, 학생의 학습 과정에 집중하여 과정과 과정을 연결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은 루브릭의 형태를 함께 공부하고 다음 글을 통해 루브릭의 특징을 활용하여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환경에서 단점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루브릭은 크게 평가 방식 또는 기술 방식에 따라 분류할 수 있으며 평가를 각각 할 것인지, 통합해서 할 것인지에 따른 분석적 루브릭과 총체적 루브릭이, 평가요소를 세세하게 기술할 것인지 혹은 간단명료하게 기술할 것인지에 따라 일반적 루브릭과 특정 과업형 루브릭으로 분류된다. 


1. 평가방식에 따른 루브릭: 분석적 루브릭 VS 총체적 루브릭

분석적 루브릭은 각각의 요소를 분리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요소에 주의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형성평가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또한 평가 요소를 각각 평가할 수 있어 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학생은 교사로부터 평가요소에 대해 잘 갖춰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각각 평가하는 상황에 따라 채점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각 요소별 채점자가 다를 경우 서로의 평가에 신뢰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총체적 루브릭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평가요소를 한 번에 평가하여 전반적인 수행 수준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분석적 루브릭에 비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수업에서 활용하기에 편리하다. 반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평가에 대한 세밀한 피드백을 받기 어렵고 어떤 각 요소가 학습을 통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진단하기 어려워 형성평가에는 부적합하다. 


2. 기술방식에 따른 루브릭: 일반적 루브릭 VS 특정 과업형 루브릭

 일반적 루브릭은 보편적인 평가요소를 갖춰 여러 학습에서 동일하게 평가요소를 적용하는 루브릭으로 가장 큰 장점은 과제의 완성에 집중하는 것보다 학생의 학습 역량 발달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학습을 시작하기 전부터 학생들과 평가 요소를 공유하고 계획하며 이에 더해 학생이 루브릭을 구성하는 것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 루브릭은 학생이 스스로 어떻게 학습목표에 접근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계획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작문, 실험, 실습 등과 같은 학습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필수로 갖춰야 하는 개념을 튼튼하게 다질 수 있고 자기 성찰지의 활용도 가능하다.  단점으로는 적용 초기과정에서 시간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정 과업형 루브릭의 경우 교사가 학생의 답안에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도와주는 채점 지침의 기능을 한다. 대답하기, 결론 말하기 등 평가 요소를 정확하게 명시하기 때문에 학생이 제출한 과제나 답안에서 추론이나 세밀한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않아 최소한의 에너지로 더 쉽고 일관성 있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일반적 루브릭에 비해 학생들에게 학습목표와 학습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여기까지 함께 살펴본 루브릭은 총 4가지 형태로 조금씩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학습 과정에 집중하여 학습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루브릭 형태에 따라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


*본 글은 루브릭에 대해 공부하고자 작성한 글로서 정보가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루브릭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가진 분 또는 함께 교육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분께서는 댓글을 통해 함께 의견을 나눠주시면 학문에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참고하겠습니다.* 


**참고서적: 루브릭 어떻게 만들고 사용할까? - Susan M.Brookhart 지음/ 장은경 외 옮김

**참고논문
1) 실용음악학과 교수자의 비대면 수업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 류은주(2023)

2) 피아노 교육에서 평가의 중요성과 혜택: 피아노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위한 루브릭에 대한 이해와 개발 - 김정수(2023)

3) 학습성과 수행평가를 위한 루브릭 개발과 적용에 관한 연구 - 신민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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