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계약서에 서명하며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종이 위의 숫자는 내 생계를 보장하는 약속이지만, 때로는 나를 조직에 묶어두는 차가운 사슬처럼 느껴진다. 삶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알기에 감정에 휘둘려 사표를 던질 수는 없다. 아직 내겐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에는 늘 불합리함이 스며 있다. 상사의 날카로운 언사, 조직의 비효율적인 요구들. 나는 지금까지 그것들을 그저 ‘견뎌야 할 고통’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오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회사가 나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환경을 고용했다고 말이다.
회사가 나의 시간과 기술을 사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듯, 나 역시 나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이 회사의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다. 매일 앉는 책상, 고가의 유료 소프트웨어,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들. 그것들은 모두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임시로 대여한 비즈니스 환경이다.
관점을 전환하자, 매일 보던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업무는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유능하게 만드는 실습의 기회가 되었다. 결국 이 환경을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었고, 주도권은 처음부터 내 손에 있었다.
물론 월급은 내 자존감에 대한 합의금이 아니다. 상사의 무례함이나 조직의 비합리는 내가 고용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소음’ 일뿐이다. 공사장의 소음이 건물이 올라가는 과정의 일부이듯, 직장의 소음 또한 내 커리어가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음일 뿐이다. 그것이 내 본질을 훼손할 수는 없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내가 고용한 이 환경에서 최대한의 성장을 이끌어내며, 내 삶의 경영자로서 자리에 앉는다. 소음은 흘려보내고, 실리는 챙기며. 나는 그렇게 나만의 세계에서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