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순자

할머니의 인생

by HYE

학교에 다녀오면 바쁜 부모님 대신 사투리와 일본어를 섞어쓰는 외할머니가 나를 반겼다. 항상 다 먹지도 못하는데 산더미처럼 퍼주고는 많이먹어라고 했다. 아마도 가난에 배고픔이 일상이었던 지라 손녀딸은 그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었겠지

외할머니는 나에게는 밥을 듬뿍주면서 할머니는 가게에 나간 엄마가 돌아올 때 까지 먹지 않았다. "꼬르륵"소리가 나도 항상 엄마를 기다렸다. 국수를 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오면 그제서야 다 불어터진 칼국수를 먹었다. 불은 칼국수가 뭐가 좋냐고, 그냥 나랑 같이 먹자고 하면 외할머니는 그저 불은 칼국수가 맛있다고만 했다.

외할머니는 언제나 엄마에게 미안해했다. 나는 외할머니랑 같은 방을썼다. 매일같이 새벽5시면 외할머니는 일어나서 자식 손주들을 위해 독백같은 기도를했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수십년 시집살이를 당하는 게 다 자기탓이라했다. 6.25 난리통에 남편이 납북당하자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 시골로 내려와 살아남으려고 비슷한 처지의 남자와 급히 재가했다. 그래서 엄마는 외삼촌과 이모오ㅏ 성이달랐다. 나의 친할머니는 남매가 성이다르다는 이유로 엄마를 그렇게 괴롭혔다. 외할머니는 그저 밥만 굶지 말라고 큰이모를 열아홉에 시집보냈다. 엄마는 외할머니 고생하지 말라고 논 사주고 가느라 30살 노처녀가 되어 시집갔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논사라고 준 돈의 일부를 또 떼먹고 술사먹고 골짜기에 논을 샀단다.

1978년 결혼한 첫해, 엄마는 남의집 마루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겨울을 났다. 그 가난한 살림에 시부모는 여행경비를 내놓으라고했다. 엄마는 쌀을 살 돈이 없어서 밥을 굶었고 외할머니는 엄마집에 와서 밥조차 얻어먹기 미안해서 굶었다. 외할머니는 자신때문에 고생하는 딸에게 항상 미안해했다.

엄마는 아직도 딸집에 와서 밥한끼 얻어먹지 못하고 돌아간 외할머니에게 미안해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하루는 우리순자 더이상 시댁에 괴롭힘 당하지 말게해달라는 외할머니 기도를 듣다가, 외할머니에게 철없이 말했다

" 외할머니가 친할머니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데 혼내줘"

외할머니는 세상물정 모르는 손녀의 말을웃어 넘겼다.




외할머니가 엄마를 생각하듯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엄마대신 다 늙어서 손주봐주고 끼니를 챙겨주고 집안일을 해주는 외할머니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미안해했다. 일제시대와 6.25난리통을 겪으벼 살아온 할머니가 그만 고생했음 좋겠는데 자기때문에 늙어서 고생한다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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