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h J Jul 01. 2021

캐나다 무상교육의 혜택, 엄마도 누리자

#1 나의 영어학교 LINC

캐나다 영주권을 받자마자 우리는 2년 동안 살았던 사스카추원주의 작은 도시를 떠나 밴쿠버로 이사를 왔다.

밴쿠버로 이사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LINC(Language Instruction for Newcomers to Canada)라는 무료 영어학교에 등록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영주권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이다. 

영주권을 받기 전의 워크퍼밋 비자 신분일 때는 기회가 없고, 캐나다의 시민이 되는 시민권자가 되어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캐나다에 영구히 살 수 있는 거주자(Permanent Resident)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기회 중에 하나이다. 

영주권을 받았으니 앞으로 캐나다 사회에 일꾼이 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것은 차차 생각할 일이지만, 고대했던 영주권을 받았으니 이런 수혜는 꼭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유는, 데이케어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밴쿠버로 이사 올 때 셋째 아이의 나이가 만으로 4세였다. 사스카추원주에서는 프리스쿨에 등교해서 1학년 언니, 4학년 오빠와 학교를 다니던 아이였다. 캐나다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립학교는 무상교육이 제공되기 때문에 세 아이가 모두 무상으로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밴쿠버가 있는 BC주에는 프리스쿨 제도가 이 무상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

캐나다는 주정부마다 교육정책이 다르고, 같은 주정부라 하더라도 교육청마다 또 조금씩 학교 일정 등의 차이가 있다. 

사스카추원주에 살 때에는 1학년(만 6세)이 되기 전인 Pre-school(만 4세)과 Kindergarten(만 5세)부터 8학년까지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에 다니고, 이후에는 바로 9학년부터 12학년이 되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고등학교(Secondary school, High school)에 다니는 시스템이었다. 

그와는 달리 비씨주는 Kindergarten부터 초등학교 교과과정이 시작되어 무상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씨주에 있는 만 4세 아이들 중에 Pre-school을 대신해서 기관에 다녀야 할 경우 사설 데이케어에 다닌다.

그런데, 부모 중 한 사람이 LINC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자녀에게 양질의 수업이 진행되는 공립 데이케어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부모가 공부를 하는 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데이케어에서 자녀를 돌봐준다는 것이다.

다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캐나다 시민권 시험을 볼 때 영어점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LINC는 8단계의 레벨로 나뉘는데, LINC의 레벨 5 이상의 자격증(Certificate)이 있으면 캐나다의 시민권 시험과목 중에 영어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LINC에서 각 레벨을 수료하는 기준이 CLB(Canadian Language Benchmarks)라는 영어 테스트의 기준과 같은 것을 적용하기 때문에, LINC Level 5를 패스했다면, 캐나다 시민권 시험 통과 점수인 CLB Level 5와 같은 수준이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라는 4 분야 모두 패스해야 한다.


네 번째 이유는, 영어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캐나다에서 영주권까지 받았으니 앞으로는 영어만이 살 길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LINC를 다니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네 번째 이유로 밀려난 것은 어찌 보면 애처로운 일이다. 나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이제 갓 영주권을 받고 밴쿠버라는 큰 도시로 나온 새내기였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는 엄마라는 위치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 변화된 환경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매일 도시락과 스낵을 싸 보내고, 학교 앞이나 스쿨버스 내리는 곳까지 항상 바래다주고 데리러 가야 했다. 스케이트나 수영 같은 기본적인 클럽활동도 엄마나 아빠의 라이드가 필수다. 친정이나 시댁이 있는 것도 아니니 기댈 데 없는 엄마는 매일 바쁘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내 마음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놓치게 되는 영주권자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인 데다가, 막내의 데이케어까지 해결된다니 무조건 등록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의 영어학교 이야기.

사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작년 여름부터 나는 LINC를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LINC라는 학교에서 보낸 2년 가까운 시간은 참 값졌다.

아이들 학교 일정과 똑같이 진행되는 풀타임 수업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 남겨준 것은 영어뿐 만이 아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캐나다의 Newcomer라는 공감대로 친구가 되어 서로 마음을 나누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들이 들려주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들과 나누었던 마음들을 하나씩 글로 남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영어 실력의 현주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