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영어학교 LINC
캐나다의 무료영어프로그램인 LINC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레벨 테스트를 해야 한다. 내 영어실력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아야 8단계로 나누어진 LINC 영어클래스에서 내가 시작할 레벨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BC주
For people living in Vancouver, North Vancouver, West Vancouver, Richmond, South Delta, Burnaby or New Westminster, please apply to:
Western ESL Services
LINC Assessment and Referral Centre
208 - 2525 Commercial Drive (Near Broadway Skytrain Stn.)
Vancouver, BC V5N 4C1
Tel (604) 876-5756
Fax (604) 876-0134
For people living in Surrey, North Delta, Coquitlam, Port Coquitlam, Maple Ridge or the Fraser Valley, please apply to:
Surrey Language Assessment Centre
202-7337 137th St.
Surrey, BC V3W 1A4
Tel (604) 507-4150
Fax (604) 507-4155
밴쿠버의 경우 LINC를 위한 Language Assessment Centre 가 위에서와 같이 두 군데가 있는데, 내가 거주하는 지역과 각 기관이 관할하는 지역의 리스트를 확인하여 신청하면 된다. 레벨테스트 신청은 팩스나 우편 혹은 직접 방문으로만 가능하단다. 전화나 이메일로는 예약이 불가하다고 하니 요즘같은 테크놀리지 시대에 좀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신청을 하고나면, 테스트 일정에 대한 안내가 우편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나는 팩스를 이용해서 신청하고 2일 후에 전화를 해서 테스트 일정을 미리 받았다. 테스트 일정에 대한 안내문은 내가 테스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도착했다. 캐나다 행정시스템은 참 말도 안되게 느리다.
테스트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불현듯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은 평소 실력으로 테스트를 봐야한다며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중간이상의 레벨 수준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안들었으면 모를까 내심 나도 중간이상은 되겠지 하는 기대도 되면서, 기대보다 결과가 안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공부는 안했다.
영어테스트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4가지로 구분되어 치르게 된다.
한 명씩 교실로 들어가서 듣기와 말하기 테스트를 먼저 치르고, 읽기와 쓰기는 또 다른 교실에서 제한시간을 두고 치른다. 센터에 테스트보러 온 다른 대기자들이 오고 가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보다가 어느덧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말하기와 듣기테스트는 시험관의 사무실에서 독대하는 형식인데, 단순한 인터뷰라고 생각하면 된다. 깡마르고 체구가 작은 귀여운 할머니가 오늘 나의 시험관이었다.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네는 시험관이었지만, 그 분의 친절함과는 상관없이 나는 바로 영어사람 앞에서의 긴장모드가 되어버렸다. 우선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직업, 경력, 학업정도, 장래계획 등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한다. 그리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의 상황이나 인물들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한다. 그렇게 긴장 속에서 말하기 테스트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시험관은 듣기 테스트를 진행할테니 잘 들으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는 바로 이어서 오디오를 재생시켰다. 나는 시험관의 말대로 오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다. 오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디오 재생이 끝나자마자 시험관이 바로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오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하얗게 백지가 되었다. 시간이나 날짜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기억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뭐라도 말을 해야겠기에 그 백지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몇가지 단어들을 열거했다. 그렇게 몇 번의 오디오 듣기와 시험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오고가면서 듣기 테스트도 끝이 났다.
시험관이 끝났으니 나가도 좋다고 하면서 인사하는데, 부지불식간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지나간 것 마냥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다음은 교실을 옮겨 읽기와 쓰기 테스트를 해야한다. 시험관이 수능 시험지같은 종이를 몇 장 주고는 제한시간을 알려주고 나갔다. 말하기와 듣기 부문에서 부족한 점수를 읽기와 쓰기 테스트에서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집중했다. 읽기테스트는 수능시험의 영어영역과 흡사해서 익숙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끝낼 수 있었다. 지문을 읽고 지문에 해당하는 질문에 객관식으로 답안을 체크하면 된다.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캐나다 문화가 설명된 짧은 지문부터 뒤로 갈수록 캐나다 경제와 복지정책등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길게 설명된 지문이 나오지만 객관식이라 어렵지 않다.
쓰기테스트의 처음 문제는 주소 따라쓰기의 간단한 문제부터, 짧은 글쓰기와 내 의견을 넣은 긴 에세이를 요구하는 문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어문장을 만들어 쓰는 것보다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써야하는데 적절한 영어단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 쉽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내 기억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지식까지 총동원해서 열심히 써내려갔다. 문장을 만들 때는 관계대명사를 넣어가며 구체적으로 내가 말하려는 의미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그것도 부족할 것 같아 예를 두어가지 제시하며 최대한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글의 시작부분에서 언급한 나의 의견을 결론부분에서 한 번 더 강조하면서 기승전결로 짜임새 있게 글을 풀어갔다.
제한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쓰기를 마치고나니 손에 땀이 났다. 4가지 영역의 테스트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테스트였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남편과 막내딸이 웃으면서 반겨줬다. 마치 수능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 부모님의 표정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딸 수고했어. 큰 일 치뤘으니 이제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
모든 테스트 후의 기분이 그렇듯 후련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남편의 말대로 정말 중간이상의 결과가 나올까.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테스트 결과에 대해 놀랐다는 게 아니라, 테스트 결과를 그 날 바로 알려준다는 것에 놀랐다. 캐나다의 행정시스템이 느린 것이 불편한 점 중의 하나였는데,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면 테스트 결과를 알려준다. 와, 경우에 따라 이렇게 속전속결로 서비스를 제공해 줄 때도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테스트 결과.
중간이상이다. 기대반 걱정반이었지만, 결과가 딱 그만큼이어서 다행이다.
이제 시작이다. 내 영어실력의 현주소는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