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h J Aug 29. 2021

텃밭의 은은한 향기, 참나물을 요리하다


뒷마당 한 켠의 작은 화단.

은은하고 상큼한 향기를 가진 참나물이 봄부터 여름내내 그리고 서늘해진 지금까지 한가득이다. 한국에서 참나물은 여름이 제철이라는데, 밴쿠버 날씨로는 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이나 제철이 될 수 있나보다. 

덕분에 나는 참나물의 은은한 향기를 재료로 먹거리를 만드는 즐거움을 꽤 오래 즐기고 있다.


참나물을 솎아내면서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참나물 옆에서 한동안 향을 맡고 서있는다. 참나물이 가진 고운 향이 내 코를 타고 들어와 내 마음까지 어루만지며 안식의 쉼표를 찍어준다. 

참 좋다. 

참나물.


사람에게 '참'하다고 빗대어 표현하면 그저 외모가 예쁘다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마저 곱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는 것 같다. 사람을 수식하는 단어로써의 '참'이 식물에게도 붙었다면, 아마도 같은 의미로 그 식물을 표현하고자 함일테다. 향과 맛을 곱게 간직하고 있다는. 

간단한 나물의 특징으로 이름을 붙이는 우리나라 나물이름들, 그 중에 참나물. 

나물중에 '참'이라는 것이겠지. 

요샛말로 '찐'! 진짜, 최고, 최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얌전한 우리말,

'참'

참나물.





작년 여름에 친구가 나눔해 주었던 참나물 몇 뿌리를 우리집 텃밭으로 옮겨심었었다. 친구말로는 한 번 심어놓으면 자생력이 강해서 부지불식간에 영역을 넓혀갈 꺼라고 했었다. 

친구의 말대로 올 여름은 작년과는 달리 화단 하나를 통째로 참나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참 잘도 자라나고 있다. 햇빛이 강한 곳보다는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텃밭보다는 직사광선이 쬐지 않는 아래쪽 화단이 참나물에게 적당한 환경이 되어준 것 같다. 



참나물이 쑥쑥 자라니 일주일에 한 번은 참나물밭에 가서 먹을 만한 아이들을 솎아낸다. 그저 향기로운 풀이기만 해도 좋은데, 먹을 수 있는 식량원까지 되어 주니 무시로 찾아오는 내 식욕의 바람을 채워주는 기특한 풀이다.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참나물을 재료로 나는 내 식욕을 채울 먹거리를 만든다. 즐겁게~ 맛있게~

참나물로 먹거리를 만들면서 이 향기로운 풀의 쓰임새에 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나물로 만들 수 있는 먹거리가 한식과 양식에 걸쳐 참 다양하기 때문이다.




참나물은 향기가 매우 좋고 씹히는 식감이 뛰어나서 (1)쌈 채소로 먹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맛있다.

쌈 채소에서 조금 더 손을 보태면 겉절이 양념에 버무린 상큼한 (2)참나물 샐러드가 된다.

살짝 데쳐내어 기본 양념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면 향긋한 (3)참나물무침.

오징어 등의 해산물을 넣고 부침개 반죽을 만들어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내면 고소한 (4)참나물해물전.

도토리묵 쑨 날에는 참나물을 잎채소로 넣어 조연 역할 톡톡히 해 주는 (5)도토리묵 참나물무침.

생으로든 데쳐내고서든 밥 한 그릇에 고추장양념 넣고 비비면 입맛 돋는 (6)참나물 비빔밥.

이렇게 한식으로만 활용해도 참나물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먹거리가 참 많다. 그리고, 아주 맛있다.


참나물요리- 참나물무침, 참나물전


참나물요리- 참나물 도토리묵무침, 참나물겉절이





한식이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에겐들 입맛에 맞지 않으랴만은,

이 향긋한 참나물은 한국의 허브 식물이기 때문에 외국 음식에서도 대체재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또한 큰 매력이다.

한식과는 달리 외국의 허브를 사용하는 레시피가 그렇듯 허브를 갈아 넣은 시즈닝이나 소스처럼 음식의 향을 입혀 풍미를 더해 주는 역할로 주로 활용한다. 주인공은 아닐 수 있지만, 화룡점정인 것은 분명하다. 

그 중에 최고봉은 단연 (7)참나물 페스토가 아닐까 한다.

만들기는 또 어찌나 간단한지 재료를 구비해서 휘리릭 갈아놓으면, 냉장 보관으로 일주일, 냉동 보관으로는 수 개월까지도 가능하다.

제철이 지난 후에도 참나물의 향과 맛을 원하는 때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일 파스타를 만들 때 참나물 페스토를 넣는다.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페스토 종류로 가장 대중적인 바질 페스토를 능가하는 한국의 허브, 참나물 페스토로 만드는 (8)참나물 페스토 파스타.

피자 반죽위에 참나물 페스토를 넉넉히 올려 슥~ 슥~ 펴바르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려주면 완성되는 (9)참나물 페스토 플랫브레드는 사랑이다. 아이들이 특히나 열광하는 참나물 요리 중 손꼽히는 메뉴다.








뒷마당에 나가 참나물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리운 한국이 생각난다. 

참나물은 강한 생명력으로 밴쿠버의 우리집 뒷마당에 뿌리를 박고 잘 자라고 있지만, 원산지라고 이름하는 참나물의 고향은 한국이 있는 동쪽.

어쩐지 내 모습같다.

활짝 핀 다섯 손가락과 함께 밴쿠버에 자리를 잡고 잘 지내고 있지만, 내 마음의 고향은 한국이다.

참나물을 솎아내면서 손끝에 묻어나는 참나물의 은은한 향기가 나의 눈과 코, 입까지 싱그럽게 해준다. 마치 내 마음을 알고 달래주는 고향의 향기같다. 그 참나물의 싱그러운 향기가 사라질까 조심하며 참나물 요리를 만든다. 

텃밭의 은은한 향기, 나는 참나물을 요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욕좋은 우리집 셰프의 사부작사부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