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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f Jul 09. 2023

Paterson

패터슨

몇 년이 지나 영화 패터슨을 다시 보니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물은 서로 다투지 아니하고 겸허하게 흘러가면서 바위를 만나면 돌고 돌아 또 그렇게 나아간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뉴저지 패터슨에 사는 버스기사 패터슨(사는 지명과 같은 주인공 이름)은 다투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아내와도 직장동료와도 저녁 동네 바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심지어 자신과도 싸우지 않는다, 마치 수행자처럼.

어떻게 평상심을 유지하며 일상의 반복과 사람들을 견딜까 생각해 보니 그는 자신의 언어, 그 언어로 된 자신만의 집이 있어서이다. 늘 같은 길을 운행하면서 그는 사람들을 보고 듣고 시를 적는 예술가이다. 예술 속에서 그는 평온하게 파도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아내는 집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패턴을 반복해서 페인팅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이고 패터슨은 늘 아내를 다정하게 대하지만, 가끔 퇴근해 돌아와서 소파에 앉을 때 어쩔 수 없는 허무함이 새어 나온다. 자신에게는 다소 과할 수 있는 흑백의 동그라미 무늬로 도배된 커튼과 살림살이들을 보면, 멀미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으나 패터슨은 그저 한결같이 부드럽게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이런 부부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저녁식사 후 패터슨은 반려견 불독을 데리고 늘 혼자 산책을 나가 바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돌아온다. 가끔은 아내가 동행을 할 수도 있겠으나, 아내는 그의 시 작업과 일상을 존중하며 침해하지 않는다, 물론 패터슨도 아내의 그림 그리기, 컵 케이크 굽기, 기타 연습 등 그 어떤 것에도 불평하지 않는다.


반려견 마빈이 그동안의 시 작업 노트를 갈가리 찢어놓았을 때조차 그는 그저 침묵할 뿐 화를 내지 않는다. 공원 폭포수를 보며 벤치에 앉아 있을 때 패터슨시 출신의 시인 월리암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좋아해서 여행을 온 일본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감독 짐 자무쉬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닐까 하는 대사들이 나온다.

“빈 여백이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행자가 건네준 빈 노트를 패터슨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운데 영화의 마지막 시구 ‘The line’이 자막으로 흐른다.

무재미의 일상이 무의미한 삶으로 간주되고 늘 새로운 욕망을 만들고 누리는 생활이 가치로 도치되는 복잡계에 대해 잔잔한 파문을 만드는, 영화 자체가 시인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다.


곁다리,,, 걸어서 출퇴근하고 저녁 산책길에 들러 가볍게 주인장과 인사하며 한잔만 하고 나올 수 있는 동네선술집이 부럽고, 아름다운 공원에서 폭포를 보며 홀로 조용히 벤치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것도 부럽고, 숨어있기 좋은 지하 작은 서재도 부럽다…


The line

할아버지가 부르곤 하시던, 늘 같은 질문이 있던 오래된 노래,,”차라리 물고기가 되고 싶은가?”

같은 노래에 노새, 돼지가 있었지만

내가 들은 것은 물고기뿐, 마치 그 노래에 다른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There’s an old song

 my grandfather used to sing

that has the question,

“Or would you rather be a fish?”

In the same song

is the same question

but with a mule and a pig,

but the one I hear sometimes

in my head is the fish one.

Just that one line

Would you rather be a fish?

As if the rest of the song

didn’t have to b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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