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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n 24. 2024

10. 마음먹기

- 6월 '급식 다 먹기 챌린지'



3년 동안 한 번도 급식을 남긴 적 없다. 그 이유는 급식을 안 먹기 때문이다. 

밥을 늦게 먹는 편이라 먼저 먹고 기다려주는 동료에게 미안했다. 그들의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음식을 음미하는 게 아니라 욱여넣어야 하는 불쾌한 경험도 차곡차곡 쌓였다. '꼭 삼시 세끼를 먹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도 한몫을 했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그냥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업무가 배분되어 있지만, 정작 일은 '하는' 사람이 한다. 

특히 업무분장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새로운 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누가 할 것인지 눈치싸움'하는 시간에 얼른 해버리고 차라리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6월 한 달 진행될 '급식 다 먹기 챌린지' 계획을 세우고,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매일 챌린지에 성공하면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학습지를 만들고, 스티커는 또 굴러다니는 것이 아니니까 기안해서 샀다. 챌린지 성공에 대한 보상물 또한 구입했다. 이러면 일이 끝났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림없는 기대였다. 스티커를 붙여 줄 급식 도우미에게 교육도 해야 했다. 그러나 더욱 힘든 일이 남아있었다. 6월 첫째 주부터 매일 급식실을 가서 상황을 살펴야 했다. 아이들이 스티커를 잘 붙여주고 있는지, 반응은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급식을 먹지 않지만, 매일 급식실을 갔다. 


6월 어느 날, 슬그머니 영양사님이 와서 말했다. 

"아이들이 조금만 달라는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두 숟가락 정도 남으면 그냥 버렸는데 스티커를 받으려고 다 먹는 모습이 보여요."


일이란 게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하기 싫어도 하다 보면 열정이 생긴다. 그러다가 냉담한 옆 사람을 보면 더 빠르게 식기도 한다. 하지만 다정한 누군가는 자신의 온기를 기꺼이 나누어 준다. 알아주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무관심을 헤쳐 나갈 땐 배로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계획을 세우고, 급식실에서 매일 지켜보며, 급식을 남기는 아이들에게 "다 먹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개인의 기호와 주관적 만족감에 대한 강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먹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다 먹지 못한 아이들은 죄책감과 반항심을 갖게 된다. 다 먹은 아이들은 남긴 아이보다 환경을 더 생각하는 위치에 놓인 게 으쓱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 교육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조용히 권유하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삶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음을 목도하기 바란다. 


'급식 다 먹기' 챌린지라 쓰고, 난 '마음먹기'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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