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와 사춘기의 코사멧 여행기 5

마침내 마지막, 다시 시작된 육해공 여정

by 나름


코사멧에서 방콕으로 돌아오는 날.

어느새 집처럼 익숙해진 조식당에서의 마지막 식사.

매일 조금씩 바뀌는 메뉴 덕에 사흘 내내 잘 먹었다.

잘 있어요, 수줍음 많은 에그스테이션 아저씨.

고마웠어요, 친절한 쌀국수 아줌마!






사이깨우비치에서 나단피어까지, 썽태우


체크아웃 후 프런트 직원이 택시가 필요하냐 묻는다.

잠시 고민이 됐지만 일단 나가보기로, 가까운 썽태우 거점에서 합승하면 저렴하게 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올 때와 달리 나갈 땐 합승이 어려웠다.

빈 썽태우들만 줄지어 있고 기사도 승객도 없다.

호텔의 친절을 받을걸 후회하고 있는데 아들이 벤치를 가리킨다.

“엄마, 저기 누워있는 사람이 기사 아니야?”

우린 그를 향해 “나단 피어”를 외쳤다.

그는 비척비척 일어나 표지판을 가리킨다.

나단 피어까지 합승은 20밧, 단독은 100밧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단 피어 외에도 주요 지역까지 요금이 표기되어 있다. 흥정에 재주가 없는 나에게 정가는 늘 감사하다.

게다가 들어올 때 둘이서 40밧 주고 낑겨 왔는데,

둘만 타고 100바트면 괜찮지!


"오케이! 고!"






나단에서 반페까지, 스피드 보트


나단 피어 티켓 부스 직원은 미리 사둔 우리의 티켓을 보더니 무심히 대합실을 가리키고 사라졌다.

“엥? “

아들과 나는 순간 당황에 서로를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대합실 그 어디에도 어떤 배가 몇 시에 어디로 오는지 표시가 없다.

대합실은 공기는 습식 사우나 같았으나, 언제 어디서 출발하는지 알 수 없으니 여기서 버티는 수밖에…

바로 뒤에 있는 시원한 아마존 카페는 그림의 떡.


더위와 격렬한 싸움에 지쳐 아이스크림을 산다는 핑계로 잠시 대합실을 나왔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바람 쐬며 아이스크림을 고르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왜 이렇게 안 와? 배 왔으니까 그냥 와. 아이스크림 없어도 돼.”


서둘러 가보니 보트 여러 대가 항구에 도착했다.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 물결을 따라 우리도 보트에 탑승했다.

올 땐 스피드가 고마웠는데, 지금은 그게 야속하다.

천천히 가는 빅보트를 탈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멀어지는 코사멧, 안녕! 또 올게!







반페에서 방콕 에카마이 버스터미널까지, 빅버스


반페의 누안팁 피어에 도착하자마자 보트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빅버스 티켓 판매대에서 12시 티켓을 샀다.

직원은 11시 45분까지 탑승장 앞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시간 많이 남았네~구경 좀 해볼까~

보트 선착장 앞에는 시장이 있었다. 올 때는 정신없어서 못 봤는데, 수영복부터 튜브까지 다 있었다.

큰길로 나가니 세븐일레븐과 아마존 카페가 있다.

빅버스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다고 해서 세븐일레븐에서 하나 구매했다.


선착장의 유료 화장실에 들렀다.

장거리 이동 전에는 화장실이 필수니까!

먼저 다녀와본 아들이 “13년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장실이야”라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란다.

5밧 내고 들어간 화장실은 어느 쪽이 앞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변기와 물바가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그래도 시간이 남아 천천히 걷는데, 버스 옆에서 아저씨가 다급한 얼굴로 나를 향해 손짓했다.

‘설마 나 부르는 건가?’ 뒤를 돌아다봤지만 아무도 없다. 아저씨 뒤로 아들이 캐리어를 들고 서있다.


‘나 부르는 거 맞네… 근데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버스는 우리 둘만 태우고 30분 일찍 출발했다.

불안한 마음에 기사 아저씨에게 도착지를 확인했는데 맞단다. 아마 이곳에서 버스표를 산 사람은 우리뿐이고 더 들어올 보트도 없었나 보다.

융통성 넘치는 운행시간에 놀랐다.


버스는 중간중간 정차해 승객을 더 태웠고, 갈 때도 올 때처럼 물과 햄버거를 줬다.

반페행 버스는 USB 충전 포트가 먹통이었는데, 에카마이행은 충전이 잘 돼서 폰으로 영상 보고 게임하며 지루하지 않게 갔다.







게이트웨이 에카마이


우리의 여정은 늘 만만치 않다.

이번에도 방콕 에카마이가 끝이 아니다.

오늘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출국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실 여유가 있다.

일찍 출발해 준 빅버스, 땡큐~


방콕 에카마이는 BTS 수쿰윗 라인과 동부 버스터미널이 연결된 교통의 요지다.

이 지역은 일본인 주재원과 가족들이 오래 거주한 곳이라 일본 식당과 마트, 병원 등이 많아 일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일본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쇼핑몰인 게이트웨이 에카마이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철수한 ‘페퍼런치’에서 점심을 먹는데, 하교 시간이라 학생들이 북적였다.


“엄마, 옆에 꼬마애 영어랑 태국어 섞어 쓴다. 근데 영어발음이 거의 원어민이야. “

아들이 옆 테이블에서 들을세라 낮게 속삭였다.


“쟤도 국제학교 다니나 보네. 방콕에 국제학교 엄청 많다더니 학생들도 많네.”

그리고 주위를 유심히 살피니 국제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이 꽤 많다. 교복의 학교명이 모두 다른 것으로 보아 이 주변에 국제학교가 여럿 있는 모양이다.

교복을 입은 태국 어린이들이 영어와 태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태국 국민의 평균 급여 수준을 고려하면 국제학교 학비는 태국인에게 엄청난 비용일 텐데, 방콕 사람들은 다 부자라더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게이트웨이에서 BTS역까지 연결된 구름다리






에카마이 버스터미널에서 수완나품까지, BTS와 공항철도


식사와 쇼핑을 마친 후 쇼핑몰과 연결된 에카마이역으로 향했다.

BTS 이용 방법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다. 파야타이역까지 요금은 47밧.

이용 방법뿐만 아니라 플랫폼, 차량, 사람들까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학생들과 지친 얼굴로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 아마 세상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


공항철도(ARL)로 환승하기 위해 파야타이역에서 내렸다. 티켓을 다시 구매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아들이 내 손을 잡고 앞장선다.


“엄마, 저기 사람들 줄 서있네, 저기서 사면 될 것 같아.“

역시, 든든한 나의 13살 여행 친구!


공항철도(ARL)의 마지막 역이 수완나품역(Suvarnabhumi)이라 사람들이 모두 내릴 때 따라 내리면 된다.

비용은 45밧.

수완나품역에서 공항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어 캐리어를 든 여행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구글맵에서 한참 걸어야 하는 것으로 검색되어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도보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산역 닮은 에카마이역






수완나품 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에어프레미아 와이드 프리미엄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이동!

인천행 에어프레미아에 몸을 실었다.

항공사 이름은 생소했지만, 와이드하다는 프리미엄 좌석이 대한항공 이코노미보다 저렴해 선택했다.

큰 기대 없이 탑승했는데 생각보다 호화롭다.

넓은 좌석, 편안한 각도, 맛있는 기내식까지!

치앙마이 노선이 있으면 좋으련만….


에어프레미아 와이드 프리미엄 좌석








아들과 단둘이 떠난 여행.

우리의 거리는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자라 있었다.

내 생각보다 듬직했고, 사려 깊었다.

이제는 조금, 잔소리를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

.

. 과연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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