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버스 위에서 관조(觀照)의 야경
호치민의 강줄기를 가로지르는 수상 버스는 2017년부터 운행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호치민을 오가면서도 정작 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익숙함에 가려져 그 속의 풍경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치민의 야경이 눈에 띄게 아름다워졌다”는 누군가의 문장에 이끌려 처음으로 선착장을 찾았다.
왕복 3만 동이라는 가격의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노선을 살폈다. 1구간부터 6구간까지 이어지는 물길 위에서 어디쯤 내리는 게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 옆에서 예약을 하던 한국 분께 슬쩍 조언을 구해 4구간 왕복 티켓을 끊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야경의 화려함은 3구간까지만큼이었고 그 이후로는 특별함이 없었다. 완벽한 인터넷 정보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의외성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묘미인 것 같다.
아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성적인 ‘T’ 성향의 예준이는 야경을 보며 무심하게 “예쁘네” 한마디 후, 이내 자리에 앉아 할머니와 담소를 나누거나 종이접기와 글쓰기에 몰두했다. 반면 감수성이 풍부한 예온이는 자리에 앉을 생각도 잊은 채 배 뒤편에 서서 시원한 강바람과 쏟아지는 빛의 향연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배 안,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에도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 시원한 강바람에 씻겨 반짝이는 야경이 마치 내 마음의 투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멀리서 빛나는 고층 빌딩들의 형형색색 불빛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문득 저 화려한 빛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저건 단순한 전구의 발광이 아니라, 그 안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열정이 빚어낸 인생의 흔적이 아닐까.
그 빛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결코 볼 수 없는 아름다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풍경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그 안에 매몰되어 살아갈 때는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걱정과 근심으로 점철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나의 삶 또한 저 야경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을 관조한다는 것’, 그것은 결국 치열함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줄 아는 여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