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맹그로브숲(원숭이숲)

by 몽쉐르

안경을 훔친 원숭이와 마음을 훔친 직원들

동물원의 온순한 풍경을 상상하며 발을 들인 맹그로브 숲. 매점에서 산 과자 두 봉지를 아이들에게 쥐어주며 야생 원숭이와 교감하는 낭만적인 장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입구에서부터 산산조각 났다. “으아악! 으아” 비명과 함께 예온이가 펄쩍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원숭이 한 마리가 달려들어 과자 봉지를 통째로 낚아챈 것이다. 겁에 질린 예준이 역시 과자를 내팽개치고 달아나기 바빴다. 과자를 뺏기 위해 위협하는 원숭이 무리 앞에서 직원들은 새총을 쏘며 쫓아냈고, 내게 서둘러 과자를 뿌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하나씩 나누어 주려던 나의 천진한 계획은 무색해졌고, 나는 과자를 한 움큼씩 집어 흩뿌렸다.


IMG_5805.JPG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직원의 당부를 들으며 긴장 속에 숲으로 들어섰다. 무리 지어 앉아 서로의 털을 골라주거나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야생의 본능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원숭이를 가볍게 위협하며 장난을 치시는 아빠의 모습에 원숭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했고, 나와 아내는 “위험하니 하지 마세요” 말씀드렸지만 몇 번을 더 하셨다. “모자도 조심하세요”라는 말에는 “괜찮아” 손사래 치시는 아빠를 보며 우리 부부의 근심은 깊어졌다.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찍던 중, 원숭이 한 마리가 등 뒤로 올라타더니 내 안경을 낚아채 달아났다. 불과 1m 앞에서 안경을 든 채 나를 가소롭다는 듯 응시하는 녀석과 대치하며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방 속 빵을 떼어주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녀석은 빵만 가로챌 뿐 안경을 돌려줄 기색이 없었다. 반미 샌드위치를 통째로 내밀어도 소용없었다. 내 안경테를 입에 넣고 나를 가소롭다는 듯 보고 있었다.


IMG_2885.JPG

남은 여행을 선글라스 하나로 버텨야 한다는 절망감이 밀려올 때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새총을 차고 구세주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엄마는 다급하게 오토바이를 불러 세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새총을 꺼내 원숭이를 나무 위로 몰아넣는 ‘강경책’과 간식 봉지를 던지는 ‘회유책’을 절묘하게 구사했다. 첫 번째 봉지에 원숭이의 손이 움직여 간식을 챙겼다. 연이어 두 번째 봉지가 날아가자 녀석은 양손 가득 간식을 움켜쥐고 안경은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욕심을 선보였다. 그러나 탐욕의 끝을 노린 세 번째 봉지를 던지자, 원숭이는 기어코 발에 쥔 안경마저 떨어뜨리며 간식을 낚아챘다. 직원은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잽싸게 수거해 물로 깨끗이 씻어 건네주었다. 벅찬 고마움에 약간의 팁을 건넸으나, 그의 표정이 어딘가 당황스러워 보였다. 혹시 금액이 적었나 싶어 “신깜언(감사합니다)”이라 거듭 말하며 다시 돈을 내밀었다. 숲을 떠날 무렵에야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이 일은 보상을 바란 특별한 호의가 아니라 자신의 일터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상의 친절’이었음을.

IMG_2932.JPG

전동차 티켓이 없었음에도 “그냥 타라”며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고, 원숭이와 가까이서 사진을 찍도록 돕던 그들의 모습 앞에서 나의 계산적인 긴장은 무너져 내렸다. 혹여 팁을 요구할까 싶어 잔뜩 경계하며 “No, thank you”를 연발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만큼 그들의 호의는 조건이 없었다. 맹그로브 숲의 거친 야생 속에서 내가 마주한 진정한 풍경은, 그보다 훨씬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IMG_5848.JPG

책이출간되어 내용에 일부만 발췌하여 올립니다..

image.png


이전 07화추억이라는 이름의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