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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02. 2024

세상은 복잡해

정리되지 않은 끊임없는 세상의 자극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향해 말을 건다. 소리, 빛, 이미지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내 주변을 가득 채운다. 카페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대화 소리, 커피 머신의 울림, 배경음악이 한꺼번에 나를 덮친다. 한 번은 커피숍에서 아내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옆 테이블에서 울리는 웃음소리와 어느 커플의 조용히 싸우는 소리에 내 말이 끊겼다. 그 순간,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보통 사람들은 이 소음을 그저 배경으로 느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모든 소리가 동시에 밀려와 홍수처럼 나를 덮쳤다. 마치 여러 스위치가 무작위로 켜졌다 꺼졌다 하듯 감각들이 쉴 새 없이 뒤엉킨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 때, 그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한꺼번에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한 번은 가족 모임에서 부모님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TV 소리와 다른 가족들의 대화가 나의 집중을 방해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얼굴은 일그러지고 내 안에서 짜증이 서서히 올라왔다. 결국,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쏟아낸 에너지가 나를 소진시켰다. 그런 후엔 항상 죄책감이 밀려온다. 단순한 일상조차도 나에겐 너무나 힘겨운 도전처럼 느껴진다.


시각과 청각의 과부하

ADHD를 가진 나에게 시각과 청각은 때때로 지나치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 두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지만, 나는 그 자극이 너무나 많이 들어온다. 한 번은 아내와 쇼핑을 하게 됐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 색깔, 반짝이는 조명, 그리고 매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까지 모두 나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아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주변의 모든 자극에 휘둘렸다. 아내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고, 나는 “뭐라고 했지?”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표정에서 실망과 답답함이 엿보였다. 그때 나도 무력함을 느꼈다. 단순한 대화조차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나를 짓눌렀다.


특히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면, 마음속에서 불안과 짜증이 폭발적으로 치솟는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나면, 그 순간의 기억이 오래도록 나를 괴롭힌다. 왜 나는 이렇게 감정 조절이 어려운가? 왜 나만 이런 걸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선택적 집중(Selective Attention)의 문제

여러 자극 중에서 특정한 자극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자극을 무시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소리, 시각적 정보, 촉각 자극 등을 동시에 경험한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작업을 한다.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선택적 집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러 자극이 동시에 들어왔을 때, 그중 어느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어렵고, 무시해야 할 자극까지 모두 인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의가 분산되거나, 특정 자극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는 문제를 겪게 된다. ADHD 환자에게는 이러한 선택적 집중의 어려움이 일상생활에서 많은 혼란을 일으키며, 특히 복잡한 환경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모든 자극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자극이 과도해질 때는 짜증과 불안이 생기기도 한다. 한 번은 집에서 자녀와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짜증을 내버렸다. 그때 내가 느낀 분노는 아이에게 향하게 된다. 그날의 사건이 나를 많이 괴롭혔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짜증을 내고, 그 상황이 다시금 떠오를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자책과 죄책감이 섞인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젠 조금씩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는 침실로 가서 조용히 혼자 누워 있는 시간을 가지거나, 회사에서는 화장실에 가서 고요하게 앉아있는다. 한 번은 회사에서 너무 많은 자극에 지친 나머지, 화장실에 가서 고요 속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되찾았던 적이 있다. 그때 들리지 않는 소리와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이렇게 잠깐의 고요가 나를 구원해 준다.


세상이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 ADHD를 가진 나에게 세상은 복잡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게 있어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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