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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09. 2024

충동성이 이렇게도 나타난다

내 말 하고 싶어

저녁이 되면 아내와 나는 종종 식탁에 마주 앉아 각자의 일을 하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평범한 저녁 시간이었지만,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대화가 없는 순간마다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분위기에 눌려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아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전에 나한테 화를 내서 속상했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던 게 생각났다. 그 순간에는 지나가 버린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미안하다’고, ‘공감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이미 다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내의 말은 귀에 들렸지만, 마음속에서는 청소기 구매에 대한 고민이 커져만 갔다.

나는 속으로 갈등했다. '지금은 아내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해.'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청소기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제품이 좋을까?"


말을 뱉고 나서야 아내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서야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말이 나와버렸고, 돌이킬 수 없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짧은 순간, 아내의 눈빛 속에는 실망과 서운함이 가득했다. 나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상황을 분석했다. 아내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은 분명 나였지만, 여전히 내 생각 속에는 청소기 이야기가 맴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주제들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이 나를 자극하고, 빨리 입 밖으로 꺼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렇다. 대화 주제와 상관없이 떠오른 생각을 빨리 말하고 싶은 충동이 자주 생긴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대화의 틈새를 찾고, 기회가 오면 내 이야기를 꺼내버린다.


문제는 이 충동성이 대화에서 중요한 순간을 자주 망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그 안에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상대방의 감정이 눈앞에 있는데도, 내 생각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서운해하고,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ADHD의 충동성은 계획이나 신중한 판단 없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말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충분한 생각 없이 행동을 취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를 충동적이라고 표현한다. 이 충동성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고,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에게는 말하고 싶어 하는 충동이 크게 나타난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채 내 이야기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스스로도 그걸 통제하기 어렵다.


이 충동성 때문에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대화에서 감정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후회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 순간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나의 충동성은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충동성을 다루는 연습을 시작하려고 한다. 대화 중에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상대방의 감정에 더 깊이 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 챙김이나 대화 기술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내 생각은 조금 미루는 연습을 한다면, 이런 충동을 점차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아내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나의 충동을 잠시 내려놓는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다. 나의 ADHD가 대화를 망치지 않도록,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숙제다.


충동성 원인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계획을 세우고, 감정을 조절하며, 행동을 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전두엽의 활동이 비정상적일 수 있다.

 특히 행동 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충동적인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ADHD와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 충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도파민은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 수치가 낮거나, 도파민의 분비와 관련된 신경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행동의 결과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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