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예상치 못한 선물은 말 그대로 '뜻밖의 기쁨'을 선사한다. 오늘 나는 그런 기쁨을 경험했다. 아침에 한 선생님이 예쁜 상자에 담긴 빵을 내게 건네주었다. 이 작은 선물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하루동안의 감정의 방향성이 ‘기쁨’으로 방향을 잡아졌다. ‘아직도 수요일밖에 안 됐나?’라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변하였다. 왜 이런 작은 행위가 나에게 이렇게 깊은 기쁨을 주었을까?
예상하지 못한 선물은 어떤 조건도 기대도 없이 다가온다.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종종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선물에는 그런 필요가 없다. 그것은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졌기에 순수한 감정만이 오간다. 그래서 더 큰 기쁨과 감사가 자연스럽게 솟아오른다. 이때 우리의 정신적인 에너지는 소모되지 않고 감정 또한 가공되지 않으며 순수하게 발현된다. 진실한 기쁨은 바로 이런 순간에 찾아온다.
보통 우리는 무언가 부족할 때 선물을 기대한다. 그러나 부족함 없는 상태에서 받는 선물은 욕망 없이도 기쁨을 일으킨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움을 주는 선물이다. 그래서 그 기쁨이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욕망이나 갈망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기쁨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 역시 그러하다. 은혜는 자격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우리가 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감사와 기쁨으로 이어진다. 예상치 못한 선물 또한 이와 닮았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기에, 그로 인해 생겨나는 기쁨은 더욱 순수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열망할 때보다 더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삶에서 많은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심지어 자신의 감정과 시간까지도 관리하려 한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받은 예상치 못한 선물은 그런 순간의 하나였다. 그것은 내 통제 밖에서 주어진 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감사와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 나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그저 선물 자체를 받아들이며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자연휴양림 예약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나는 불확실한 결과로 인해 긴장했고, 내 손에 닿지 않는 결과를 조급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예약 실패라는 결과가 확정되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순간, 불확실성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안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그것들을 통제하려 할 때 불안과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 주는 기쁨도 이와 같다.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기쁨은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의 기쁨은 순수하고 진정한 행복으로 우리 삶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